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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무심코 누른 ‘좋아요’, 당신이 해부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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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빅데이터 연구는 거대한 숫자로 인간의 복잡한 머릿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그림 다른]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
크리스티안 루더 지음
이가영 옮김, 다른
336쪽, 1만6000원

우리는 흔히 말한다. 여자의 외모에 대한 남자들의 평가가 너무 가혹하다고. 정말 그럴까. 미국 데이트 사이트 Ok큐피드(OkCupid) 사용자 5100만여 명의 판단을 보자. 회원들은 사이트에 올라온 이성의 사진에 1~5점의 점수를 매긴다. 남성 회원이 여성을 평가한 점수 그래프는 3점을 최빈값으로 하는 봉우리가 하나인 산 형태다. 중간 정도로 평가 받은 여성이 가장 많고, 아주 낮거나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적다.

 반면 여자 회원이 남성의 외모를 평가한 그래프는 2점을 최빈값으로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완만하게 내려오는 산 모양이다. 남자 여섯 명 중 한 명만이 여자들에게 ‘평균을 웃도는’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다. 빅데이터로 봤을 때 외모 평가에 관한 한 ‘남자들은 여자보다 훨씬 관대하다.’

 그렇다고 여성의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점수별로 이성에게 받는 메시지 건수는 여성의 경우 외모 점수에 비례해 받은 메시지 수가 완만하게 올라가다 외모 백분위가 90%를 넘어서는 지점부터 급격히 솟아 오르는 지수함수를 그린다. 가장 예쁜 여성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남자의 경우 외모 점수에 따른 메시지 건수는 (최고 미남을 제외하고는) 크게 차이가 없다.

 데이트뿐일까. 시간제 일자리 구인·구직 사이트인 시프트긱(Shiftgig)의 면접 요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놀랍다. 여성은 외모 점수가 높을수록 비례적으로 많은 면접 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 면접 요청 건수와 외모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여성의 채용은 업무 능력과 상관없는 특성(외모)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고 있다. 그러므로 일을 시작했을 때 남성보다 여성의 업무 실패율이 더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이다. 저자는 Ok큐피드의 공동창립자이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 데이터 과학자다. 저자가 데이트 사이트 운영자인만큼 짝을 찾는 남녀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저자의 연구에서 ‘모든 남자의 이상형은 젊은 여자’라는 통설은 사실로 밝혀진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성의 나이를 물었을 때 여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남성을 선호한 반면, 남자들은 20~50대가 일괄적으로 20~23세의 여성이 가장 매력적이라 꼽았다. 하지만 선택을 하는 시점이 오면 남자들은 타협한다. 이상형과는 상관 없이 남자들이 연락을 시도할 확률이 가장 높은 상대는 자신보다 다섯 살 정도 어린 여성이다.

 ‘연애트렌드 분석서인가’ 싶겠지만,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간다. 페이스북·트위터·구글 등에서 뽑아낸 우리 시대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분열하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때론 낯 뜨거운 진실도 드러난다. Ok큐피드의 회원 84%는 “인종차별주의자와 데이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파트너 선택에서는 백인 선호, 흑인에 대한 저평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당선된 날, 구글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니거(nigger)’의 검색건수가 사상 최대로 폭증한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하는가, 빅데이터는 알고 있다.

 페이스북 ‘좋아요’를 분석하면 이용자의 성(性) 정체성은 물론 정치적 성향, 지능지수(IQ)까지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알아낼 수 있다. 그 외에 트위터의 분노 확산 매커니즘 등 빅데이터에서 끌어낸 현대사회의 초상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록스타처럼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것으로 채워졌다면, 빅데이터에는 나머지 사람들이 소곤거리고 바스락거라는 작은 목소리들이 기록된다.” “집합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개인의 일화로는 절대 승자를 가릴 수 없는 논쟁의 답을 준다는 데 있다.”

 저자는 온라인상의 빅데이터가 드러내는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동시에 내가 무엇에 휘둘리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데이트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빅데이터는 명백하게 “사랑에는 외모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Ok큐피드에서 프로필 사진을 모두 감춘 ‘눈 먼 사랑의 날’ 이벤트를 열어본 결과, 얼굴을 모른 채 만난 이들의 데이트 만족도는 외모를 확인하고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정작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너무 많이 접하며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온라인 세상에서는 언제나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란 훨씬 힘들다.”

[S BOX] 못난 구석 있는 여성이 데이트 신청 더 받아

Ok큐피드 사이트에서 이성으로부터 외모 평점 3점을 받은 두 여성이 있다. 5점이 만점이므로 두 여성은 ‘중간 정도의 외모’라는 평을 받은 셈이 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남자 회원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는 횟수도 유사할까.

 그렇지 않다. 평균 3점이지만 A는 100명 모두에게 3점을 받았고, B는 50명에게 1점, 50명에게 5점을 받아 평균 3점이 됐다고 해 보자. 분석해보니 점수의 분산이 큰 B가 A에 비해 약 70%나 더 많은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같은 평균 점수를 받은 사람들끼리 비교했을 때, 외모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여성이 보편적으로 비슷한 평을 받은 여성보다 만나자는 메시지를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일어나는 이유는 분산이 클수록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데이트 신청을 할 용기를 낼 만큼) 아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상대는 “이 사람은 보통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없을 거야.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나에겐 매력적이야”라면서 자신감을 갖는다. 반대로 어떤 남자든 대체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평점이 모두 비슷한 여성은 그녀에게 접근할 다른 남자들을 떠올리게 하므로 매력이 반감되기 쉽다.

 저자는 이 통계가 약간의 단점, 결함을 통한 차별화가 이성의 호감을 얻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하며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 나답게 자신감을 갖고 살자. 남들과 똑같아지기 위해 자신을 맞추려는 행위는 확실한 역효과를 낳는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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