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최태원·김승연 회장에게 기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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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전격 회동이 이뤄지면서 ‘기업인 사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박용만(60)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두산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 말처럼 국민화합·국가이익 차원에서 사면을 검토한다면 기업인도 응당 대상이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전국 15만 상공인을 대표하는 박 회장은 지난 22일 ‘대한상의 제주도 하계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9일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삼성·현대차·SK 등 주요 그룹 사장단이 “경영자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며 사실상 사면을 요청했다. 이처럼 양대 경제단체가 잇따라 ‘사면’을 촉구하면서 ‘8·15 광복절’ 기업인 특사가 가시화될지 주목된다. 특히 박 회장은 “일반 국민에 대해 국민화합·국가이익 목적으로 사면을 검토하는데 기업인이라고 빠지면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최태원(55) SK그룹 회장과 김승연(63) 한화그룹 회장 등 구체적인 이름도 꺼냈다. 그는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최 회장과 김 회장에게 기회를 주고 다시 모범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대열에 동참하게 고려해 달라”고 했다. 현재 최 회장은 4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1월 말부터 복역 중이다. 김 회장은 배임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지난해 말 경영에 복귀했다.

 이처럼 재계 단체의 잇따른 ‘사면 요청’과 대통령·총수 회동까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SK그룹 측은 “사면 논의와 관련해 그룹 입장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그동안 정상적으로 수형 생활을 해온 점 등이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SK그룹은 지난해 10월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본격 출범한 뒤 신생 기업을 잇따라 발굴·육성하면서 ‘벤처 창업 사관학교’란 평가를 받을 만큼 ‘창조경제’ 확산에 기여해 왔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이 사면 대상자로 언급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입장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면 여부와 무관하게 태양광 사업과 충남 창조경제혁신센터 안착 등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김 회장이 지난해 말 경영 복귀 이후 삼성그룹과의 빅딜 성공,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수주,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시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면 대상자 선정 때 국가경제에 기여한 측면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술·이수기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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