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굳세어라 금순이의 인사이드아웃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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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금순이를 기억하십니까.
자녀세대에겐 라일리, 부모세대에겐 금순이.

1962년 영화 ‘굳세어라 금순아’가 처음 개봉됐다. 금순이(주인공 10대 여자아이)는 한국전쟁 1.4후퇴 당시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부두에서 북한군의 폭격과 총탄을 피해 버려진 러시아 화물선에 승선하여 남쪽으로 피신하려던 인파에 묻혀 가족과 헤어진다.

휴전이후 남쪽에서 홀로된 금순이는 가족을 찾아보지만 먹고 살기 막막한 세상에서 외로움과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병까지 얻어 절망에 빠진다. 결국 몸져누워있던 금순이는 친오빠를 만나지만 이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잠시나마 금순이는 친오빠의 품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낀다.

지난 주말 일일 관객동원 1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이 화제다. 인간의 기쁨, 슬픔, 까칠함, 분노, 소심함을 소재로 사춘기 딸아이의 심리변화를 재미있게 그려냈다. 물론 주제는 가족이다. 영화후반부에 가출을 결심한 ‘라일리’(주인공 10대 여자아이)는 지난 추억 속에 슬픔을 함께 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고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던 버스를 세워 내린다. 그리고 가족의 품에 다시 돌아간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1962년 금순이와 2015년 라일리를 응원하며 지켜보던 관객들은 아마도 자신에게 숨어있던 억압된 감정이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가족애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행복한 이유가 대부분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살다보면, 금순이와 라일리처럼 가족 모두에게 불행이 동시에 찾아올 때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한 원동력이 가족애가 아닌가 싶다. 즐거운 일보다 힘들고 슬픈 일을 함께 했던 기억이 더 큰 힘이 된다.

대한민국에는 80세가 넘은 금순이와 라일리가 살고 있다. 바로 남북이산가족이다. 오는 7월 27일은 한국전쟁 휴전일이자, 이산가족이 만들어진 날이기도 하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꼭꼭 숨겨두었던 슬픔과 벅차오르는 기쁨이 교차하는 삶의 행복이 짧은 순간이나마 남북이산가족에게 주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분들 중 아직까지 여름 휴가계획을 잡지 못한 분이 있다면, 가족과 볼만한 한국영화를 추천한다. 위 두개의 영화와 함께 ‘국제시장’, ‘7번방의 선물’, ‘태극기 휘날리며’를 추천한다. 카타르시스가 더운 날씨를 한방에 날려 줄 것이다.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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