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 박유천 "김재중과 27분 통화… 10년만에 처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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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29)은 천상 연예인이다.

2003년 동방신기로 데뷔해 2009년 JYJ, 2010년 배우 활동 등 하는 것마다 실패는 없었다. 화려하게 데뷔했고 그 화려함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10년 이상의 연예계 생활서 아직까지 뒷걸음질이 전혀 없었다. 특히 연기자 영역에서 더욱 그 활약은 빛난다. 2011년 백상예술대상서 '성균관 스캔들'로 TV 부문 신인상을 받은 후 2015년 영화 '해무'로 영화 부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남자아이돌 출신으로 배우 두 부문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건 최초다. 수상의 여운이 다 가실즈음, 다시 만난 박유천은 여유로워보였다. 인터뷰용 사진을 찍은 후 후다닥 편안 옷으로 갈아입더니 "너무 더워요. 날씨가 왜이렇게 덥냐"며 맥주잔을 단 숨에 들이켠다.

20대를 연예 활동으로 보낸 박유천은 8월 27일 입소한다. 현역이 아닌 공익근무지만 2년 4개월여 대체 복무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난다. "정말 현역으로 가고 싶었어요. 천식이 걸림돌이 돼 몇 차례 재검도 받았지만 위험할 정도라고 해서 안된다고 하네요. 속상해요."

살짝 얼굴에 붉은 기가 올라올 정도로 두시간여 잔을 기울이던 박유천은 "저 소집해제 하는 날 또 인터뷰해요. 조금 더 편안한 모습으로 다시 봬요"라고 말했다. 2년이 넘게 연예계 활동을 안 하는데 무슨 질문을 주고 받겠냐고 물으니 "많이 묻는 거 있잖아요. 좋아하는 걸그룹이 누구였냐 이런거요"라며 인터뷰를 끝냈다.00

-주변인들이 평소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던데.

"답장을 잘 안 보내죠(웃음). 통화도 그리 길게 하는 편은 아닌데 메시지 주고 받는 거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 엄지손가락 누르는게 그렇게 귀찮아요."

-상대방은 답답할텐데.

"재중이 형이 그랬대요. '유천이한테 문자메시지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면 그게 답을 받은 것이다'고요. 재중이형이 상처 받았다는데 어쩌죠."

-여자친구한텐 다르지 않을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초반에는 메시지 좀 주고 받겠지만 뒤로 가면 안 그럴 거에요."

-통화하는 것도 마찬가지겠네요.

"3분 이상 넘긴 적이 없어요.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최근에 부대에 있는 재중이형과 27분 통화했어요. 정확히 27분이에요. 전화 끊고 나니깐 지치더라고요. 그렇게 통화한게 10년만에 처음이에요."

-남자 둘이 무슨 얘길 그렇게 나눴어요.

"제가 말한게 아니라 형이 혼자 얘기했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안 끊더라고요. 군대에 있어서 사람이 그리웠던지 많은 얘기를 했어요."

-재중 씨 입장에서는 서운했겠어요.

"한 번은 통화를 하는데 형이 '왜 이렇게 전화안받냐'고 하길래 '드라마 촬영 중이라 그랬어. 내가 다시 전화할게'라고 했더니 '유천아 나 전화 없잖아…'라고 하더라고요. 미안했어요. 전화없는 사람한테 무슨 소리를 한 건지.(웃음)"

-작품 얘기 좀 할게요. '냄새를 보는 소녀'에선 망가지기도 했어요.

"극중 (신)세경과 콩트하는 연기가 있었는데 세경이가 웃음 참느라 힘들었죠."

-'촤~'라는 유행어가 나왔어요. 어떻게 생각했나요.

"감독님이 대본 리딩때부터 그 콩트 부분을 재미있게 잘 살려달라고 해서 부담이 많이 됐어요. 혼자 연구하고 또 연구했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다가 현장에서 한 방에 보여줬죠. 반응이 좋아 다행이었어요."

-그동안 이미지를 생각해 쉽지 않았을텐데.

"배우니깐 이미지는 늘 바뀌어나가야죠. 중요한건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야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나를 내려놓아야죠. 그게 힘들다고 하는데 전 아니에요. 나를 놓고 연기해야 모두가 행복하잖아요. 빨리 끝날 수도 있고요. 중간중간 애드리브도 있고요."

-감독님 입장에선 애드리브를 다 받아주기 쉽지 않을텐데.

"감독님이 애드리브를 원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할 수 있는건 다해보라고 했고 상황에 맞는 거라면 했어요. 실제로 드라마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도 많고요."

-감독님들이 만족하죠.

"신기한게 제가 대본리딩을 참 못 해요. 이번에도 첫 리딩하고 감독님께서 '유천씨 실망이야. 이 정도일 줄 몰랐네'라고 했어요. 민망해서 잘 못할 뿐더러 준비하고 가니깐 얼어버려요. 리딩과 촬영 들어가기 전 그때 연습해요. 촬영 들어가고 나면 감독님들이 똑똑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놓쳐서 아쉽거나 하고 싶었던 작품 있었나요.

"황정민·김정은 선배님이 나온 드라마 '한반도'요. 그때 다른 작품하느라 못 했는데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아보고 되게 재미있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라 지금도 생각나요."

-작품 선택 기준은 어디에 두나요.

"초반에는 회사와 상의를 많이 했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제 의사가 반영돼요."

-캐릭터 변신에 대한 걱정도 클텐데.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에요. 쉽게 하는 것도 아니고요. 주변에서 저를 생각하는 이미지와 어긋나도 거기에 맞춰 활동하는 건 아니잖아요. 밸런스를 잘 맞추는게 쉽지만 그러려고 노력해요."

-'해무' 캐릭터는 의외였어요.

"어떤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야지라고 염두하는 건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겼어요. 그동안 재벌·왕세자 등 평범하지 않았던 역을 했기에 '해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소소한 이미지와 조금 더 평범하고 현실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그리고 '해무'에서 풀어냈고요."

-베드신도 있었고요.

"보시면 알겠지만 그런 걸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에요. 오히려 관객들이 저의 베드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런 고민은 없었죠. 베드신이 아니라 그 순간 과연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보여지냐를 고민했죠. 주변 반응은 뭐. 그거 다 신경쓰고 연기하려면 복잡해서 안돼요."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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