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전화 외부 해킹 힘들지만 통신사 교환기 통하면 감청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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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킹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PC만이 아니다. 일반인이 자주 사용하는 보이스톡·070전화 등도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해킹에 뚫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달 초 독일 총리실은 독일 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위법이 확인되면 기소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한 독일 일간지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외에도 주요 장관의 전화를 엿들었다고 보도한 직후다.

 이렇게 통신기술 선진국의 정부 인사 통화까지 도청 리스크에 노출될 정도로 완벽하게 보안이 유지되는 전화는 없다. 통신 수단별로 보안 수준과 기능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통신사의 기지국을 통해 연결되는 일반 유선전화나 무선전화는 외부 세력이 뚫기 어렵다. 외부에 있는 망이 아닌 통신사 내부 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청 영장을 가진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선 통신사의 협조를 받으면 특정인의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다. 일반 유선전화나 무선전화의 경우 통신사에서 ‘암호화’ 작업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통신사의 교환기를 통하면 모든 통화 내용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유선전화는 엿들을 수 있지만 휴대전화의 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동통신 전문가들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대학의 한 교수는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 된다고 말한 통신사가 어디냐”고 되물은 뒤 “미래창조과학부에 직접 문의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가 감청이 안 된다는 건 통신기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나 스카이프 같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는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해커 등의 외부 세력이 도청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mVoIP는 암호를 풀 수 있는 키가 인터넷전화를 운영하는 회사의 서버에 있다. 해당 회사의 서버가 해킹당할 경우 도청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070으로 시작되는 일반 인터넷 전화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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