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바둑격언만 알아도 유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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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김지석 9단 ●·탕웨이싱 9단

제5보(50~64)=50, 51은 급소 교환. 바둑에는 ‘들여다보는데 잇지 않는 바보’란 격언이 있다. 이런 바둑격언만 다 알아도 유단자라는데 왜 초급자들은 바둑이 어렵다고 할까.

 물론, 이유가 있다. ‘들여다본다고 다 잇는 바보’란 격언도 있기 때문이다. 들여다보면 이어라! 해놓고 다시 잇지 말라니,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그런 질문은 또 다른 격언을 부른다. ‘정석을 알되 외우지 마라’ 또는 ‘정석대로만 두는 바보’.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정석이란 한 부분에서 일어나는 호각의 절충인데 바둑은 부분의 절충보다 전체의 균형이 더 중요하다. 어느 한 부분에서 2집을 잃어도 전체의 결과에서 3집을 얻으면 1집을 이긴다는 얘기다.

 또 부분의 정석은 부분의 결과로 끝나지 않고 주변에 영향을 끼치며 그 반대로 주변의 배석이 정석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바둑판에 놓이는 돌은 모두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런 형태들의 상관관계를 꿰뚫는 생각이 ‘수읽기’다.

 중앙 54가 강수. 당장 뚫고 나오는 싸움은 백A의 급소가 한눈에 보여 안 된다. 그래서 55로 가드를 올렸는데 대뜸, 56으로 가로막는다. 57부터 64까지는 필연의 기세. 자, 여기서 흑은 ‘참고도’의 결전까지 감행할 수 있을까. 백a의 축은 안 된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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