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지율 35% 최저 … ‘용서 않겠다’ 시위 구호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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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를 넓히는 법안을 지난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5000여명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 신화=뉴시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안보법안을 중의원에서 강행 처리하면서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했다.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의 17·1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8% 포인트 늘어난 51%로 집계됐다.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5%로 집계된 지지율도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아베 내각이 안보법안에 대한 헌법학자의 위헌론 제기와 야당·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3분의 2가 넘는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처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응답자의 68%는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62%가 반대했으며, 찬성 비율은 27%에 그쳤다. 마이니치와 같은 날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37.7%로 지난달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51.6%를 기록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정권에 대한 여론 악화가 여당이 과반인 참의원에서의 법안 심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내각은 여론의 반발과 관계없이 9월 말까지의 정기국회에서 안보법안을 성립시킬 방침이다. 아베 총리가 내달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대해서는 50.8%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및 사죄’를 담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내용을 ‘담을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32.2%였다.

 지지율 하락에 이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시위 구호까지 등장했다. 18일 도쿄·나고야(名古屋)·홋카이도(北海道)·히로시마(廣島)시 등 일본 전역에서 시민들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アベ政治を許さない)’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집단 자위권 법안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도쿄 국회의사당, 나고야 시 중심부 광장 등에서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은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적힌 종이를 펴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집단 자위권 반대 시위의 상징이 된 이 문구는 원로 문학인 두 명의 손에서 탄생했다.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85)가 문구를 구상했고 일본 하이쿠(전통시) 시인 가네코 도타(金子兜太·96)가 직접 붓글씨로 썼다. 사와치는 “국민의 알 권리 침해 논란이 제기된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원전 재가동 추진, 그리고 이번 집단 자위권 법안까지 민의를 거스르며 자기 뜻을 관철하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분노를 담아 구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도쿄신문이 19일 보도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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