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벤처 개성공단 진출 길 열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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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독일 통일 25주년인 올해 제14차 한·독포럼은 옛 동독 지역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 로스토크시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한·독포럼 성격상 참석자들은 독일 통일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롤란트 메틀링 로스토크 시장은 환영 만찬에서 “독일 통일 이후 지난 25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로스토크시와 신연방주(옛 동독 지역)에서 통일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럼 대표단을 환영했다.

 이번 포럼 기간에는 ‘그리스 사태’가 겹쳐 참석한 독일 연방하원 의원들이 베를린 의회로 떠나는 바람에 양국과 북한에 주재하는 대사들이 활발한 토론을 주도했다. 이경수 주독일 한국대사는 “로스토크 포럼에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토마스 셰퍼 주북한 독일대사 그리고 주독일 한국대사인 본인이 참석했다”며 “여기에다 주독일 북한대사까지 함께 참석했더라면 4명의 ‘동업자’들이 모두 모이게 돼 포럼이 완벽하게 구성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토론은 진지하면서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독일 통일 25주년에 맞춰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되새기는 발언이 많았다. 셰퍼 주북한 대사는 북한에 ‘적을 친구로 바꾸는’ 독일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냉전 시절인 1950년대 서독 주민이 동독으로 소포를 보내는 포스터를 보여줬더니 동독 정권이 당시 서독을 포용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는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파엘 대사는 “대통령 5년 단임제인 한국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가 바뀌더라도 북한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북한도 이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서독은 서로 보충적인 관계였지만 남북한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며 “동독은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서독의 동방정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안정적인 정권이 아니어서 남한의 신뢰 구축 제의에 선뜻 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프랑크 하르트만 독일 외교부 동아시아국장은 “북한을 포함하는 안보정책 포럼을 만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김영희 본지 대기자는 “유럽 재정위기 속에도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번영하고 있는 독일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활발히 벌이는 독일이 북한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에 끌어내려는 노력을 한층 더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제·이민·문화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 분과세션 토론에서도 양국 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협력 강화를 위한 방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은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 분야 협력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독 조인트 벤처의 개성공단 진출을 위한 여건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 마련해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한국의 장점인 디지털 부문과 독일의 고급 문화·예술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상우 삼성전자 유럽지사장은 “스마트시티와 스마트카드, 스마트헬스, 인더스트리4.0 등 새로운 분야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이민정책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한국의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설치를 위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문화 분야 토론에서 크리스토퍼 홀렌더스 주드레스덴 한국 명예영사는 “IT 분야에 앞선 한국 기업들이 독일의 오케스트라를 지원해 윈윈 하는 방안은 상호 보완적인 대표적 협력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석 주독일 한국문화원장은 “공감과 공유를 바탕으로 한 쌍방 문화 교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 70여 명의 대표단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은 진지한 토론을 거쳐 정책제안서로 만들어져 양국 정부에 전달된다.

로스토크(독일)=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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