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의 위기 돌파론 … “바람 못 바꿔도 돛은 조정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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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60)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위기의 파고는 되돌릴 수 없더라도 해법은 찾을 수 있다며 ‘위기 돌파론’을 역설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영국 에든버러에서 ‘2015 두산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하고 이같이 촉구했다. 올해로 4번째를 맞는 포럼엔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와 진 스펄링 전 미국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라집 메리시 인도 재무차관 등 미주·유럽·아시아의 저명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두산은 해마다 4대 메이저 골프 대회인 ‘디 오픈(The Open) 챔피언십’ 개최에 맞춰 포럼을 열고 있다. 올해 ‘디 오픈’은 16~19일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진행됐다.

 박 회장은 포럼 개회사·폐회사에서 돌파구 모색을 위한 역량과 지혜를 모으자고 주문했다. 먼저 그는 인도 속담을 인용해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어도, 바람에 맞춰 돛을 조정하는 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경기 둔화와 발 빠른 기술 변화 등의 힘겨운 숙제에 맞서 유연하게 해법을 찾자는 당부였다. 박 회장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꺼냈다. 그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기회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하자”며 “이번 포럼을 통해 변하는 환경 속에서 성공에 이르는 방향을 설정하자”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특별연설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짚어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세계적으로 성장 정체와 기후변화, 경제 불균형 등이 주목할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했다. 특히 세계가 더욱 밀접하게 연결돼 ‘상호의존적’ 관계가 갈수록 강해진다면서 다양한 소통과 협력을 촉구했다.

 포럼에선 세계경제 흐름에 큰 파장을 미칠 ‘미국 금리인상’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보좌관을 지낸 진 스펄링 전 NEC 의장은 “금리인상이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봐 주목받았다. 미국의 실업률 전망과 인상 뒤의 달러 강세가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한 전망이었다. 그는 “공격적 금리인상을 원하는 매파보다 경제 상황을 좀 더 지켜보려는 온건파가 실수를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G2(주요 2개국)’로 힘을 과시하는 중국도 화두에 올랐다. 최근엔 중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중국발 경고등이 불거져 각국 경제가 민감하게 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전문가의 하나인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위기론’을 일축했다. 그는 “중국은 산업구조 진화와 인프라 개선, 도시화 등 성장을 떠받칠 요인이 많고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15년 동안 지금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견해가 달랐다. 현장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중국 경제의 5년내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응답자 72%는 “경착륙 가능성은 없지만 성장률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미래 기회와 관련해선 ‘수소 경제’를 조명하는 논의도 있었다. 수소 경제는 석유 같은 화석 연료 대신 수소와 물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친환경 산업이다. 조안 오그덴 UC 데이비스 교수는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확보와 관련해 수소·연료전지가 핵심”이라며 “수소 기술로 전환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그 혜택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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