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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견제할 사법부·감사원, 헌법상 지위·권한 세밀한 논의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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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07면

그동안의 개헌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감사원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다. 사법기관들을 정권과 여론에서 실질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통치 권력을 견제하는 사법기관들에 대한 헌법상 지위, 권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개헌 논의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사법기관

 현행 헌법은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13인과 헌법재판관 3인,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에 대한 제청 및 지명권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에 현직 판사 전체에 대한 임명권도 갖도록 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긴밀한 관계라면 사법부와 그외 헌법기관들을 간접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대법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사법기관의 독립을 위해)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법조계는 대법관의 임기를 현행 6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임명권자나 정치권,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을 가능케 하고 대법원 판결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란 것이 그 이유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도 “법관과 사법부의 실질적 독립을 위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줄이고 대법관의 임기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이에 대해 헌법기관의 구성원을 별도로 추천하는 독립된 인사추천위원회 구성을 내놨다.

 개헌을 통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헌법에는 두 기관이 명백히 다른 사법기관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헌재가 법률의 해석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규칙에 대한 위헌 심사를 하면서 법원의 재판 영역과 충돌하고 있다. 양창수(한양대 로스쿨 석좌교수) 전 대법관도 지난해 9월 퇴임사에서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는 단순히 호양(互讓)적 관행으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났다”며 “정치권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양 기관 갈등의 심각성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개정자문위가 시행되지 않은 법률에 대한 위헌 심사권을 헌재에 주자고 한 제안은 주목할 만하다. 위헌성이 있는 법률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소수당이 입법 절차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 사실상 위헌심판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효과까지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를 사실상 입법의 조정자 역할까지 할 최고법원으로 전제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의 지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현행 체제에서 행정부에 소속된 감사원이 철저한 감사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연방회계검사원(GAO)을 의회에,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독립된 기구로 두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양건 전 감사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물러나며 이임사를 통해 “감사원 독립성을 끌어올리려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감사원 독립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개정위는 감사원을 행정부에서 독립시켜 감찰원과 회계검사원으로 분리토록 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현행 헌법의 감사원 조항은 대만 헌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독립된 감찰과 기관 간 견제를 위한 지위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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