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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생각 않겠다는 노동개혁, 말로 끝나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나라를 위해서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50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공무원연금 개혁은 완성했고, 이제 노동개혁 부문을 우리가 중점 개혁 목표로 잡아 추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인 노동개혁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표를 생각하지 않고’라는 표현은 매우 결연한 의지와 각오의 표현이다. 때마침 한국노총 간부 출신의 현기환 전 의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돼 노동개혁을 위한 소통과 의견 수렴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비정규직 보호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은 입장차를 못 좁힌 채 대타협은커녕 제대로 된 개혁 로드맵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청년단체 회원들이 민주노총 앞에서 ‘아버지· 삼촌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좀 나눠줘요’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진한 노동개혁에 실망한 젊은이들의 아우성이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6년 만에 가장 높은 10.2%를 기록했지만, 30대 그룹의 채용 인원은 지난해 10%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에도 6.3% 줄어들 전망이다. 취업난을 호소하는 젊은이들의 외침을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노동개혁은 말 그대로 표를 생각하지 않고 추진돼야 할 국정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집권당 대표로서 말에 책임을 지고 노동개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과 '거부권 정국' 등에서 보여준 그의 행보는 '표를 의식하지 않는 노동개혁'의 진정성에 적잖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지난해 말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발의 당시 “선거에서 우리 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 세대의 행복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는 어땠는가. 개혁법안은 오랜 정쟁 속에 누더기 법안으로 바뀌었고, 결국 말뿐인 개혁으로 끝나버렸다. 그런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성’했다고 보는 그의 인식은 국민의 눈높이와 엄청난 차이를 드러낸다. 그런 인식 수준이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도 똑같이 투영된다면, 결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
김 대표의 경우, 말은 장대했으나 결과는 초라했던 적이 또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개헌 논의와 관련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불을 지폈다가 청와대의 반박에 하룻새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은 그 때 일을 기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원내총회에서 "제 사고의 초점은 오로지 내년 20대 총선승리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번에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두 발언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렸는가는 삼척동자도 다 알 법하다. 김 대표가 말과 행동력 사이의 괴리를 불식시키지 않으면, 이번 발언 역시 정치인으로서 '한번 해 본 말'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가운데 노동 부문은 다른 세 부문, 즉 금융·공공·교육 개혁과도 다 연결되는 일이다. 진정한 개혁을 실행한다면 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다. 당청은 지루한 '거부권 정국'의 갈등에서 벗어나 모처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협력의 결실은 고스란히 노동개혁의 동력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게 김 대표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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