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138 전인지 “골프가 수학보다 어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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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는 “퍼트를 교정한 뒤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사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전인지의 별명인 디즈니 캐릭터 ‘덤보’. [사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시차 때문에 눈꺼풀이 계속 감기네요. 그래도 많은 분이 축하해주셔서 힘이 생겼어요.”

 지난 13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금의환향한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여전히 얼떨떨하다”고 했다. 14일 귀국한 전인지는 바로 국내여자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인천 SKY72 골프장)에 출전하느라 “아직 집(경기도 용인)에도 못 갔다”고 덧붙였다. 전인지는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17일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인 끝에 공동 23위로 거뜬히 컷을 통과했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아요.”

전인지는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내년도 LPGA투어 전 경기 출전권을 따냈다. 9억원이 넘는 상금도 받았다. 전인지는 “올해 국내 투어를 잘 마무리한 뒤 내년엔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10위로 뛰어오른 전인지의 다음 목표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차분하게 도전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전북 군산 태생인 전인지는 초등학교 때 전국 수학경시대회 대상을 받았던 ‘수학 영재’ 출신이다. 지능지수(IQ)는 138. 5년 전부터 전인지를 지도하고 있는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인지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끝없이 질문한다. 골프를 할 때도 본인이 완전히 이해한 뒤 확신을 가져야만 행동에 옮기는 유형”이라며 “골프도 수학 문제 풀 듯이 한다”고 말했다. 늘 경기에 앞서 코스의 형태와 거리를 꼼꼼히 분석하고 그린 상태도 면밀히 살펴 공략 해법을 찾는다. 전인지에게 “골프와 수학 가운데 어느 게 더 쉬우냐”고 물었더니 “수학”이라고 대답했다.

 전인지의 별명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아기 코끼리 ‘덤보(Dumbo)’. 미국 팬들도 ‘덤보’를 외치며 전인지를 응원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별명인 ‘덤보’의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캐디가 미국 언론에 ‘아무 말이나 잘 듣는 팔랑 귀에다 호기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을 했거든요. 호기심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저 팔랑 귀는 아니에요.”

 덤보라는 별명은 박원 코치가 붙여줬다. 한번 확신이 서면 코끼리처럼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 이 별명을 붙여줬다. 덤보가 ‘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뒤 그 꿈을 실현했듯 전인지 역시 세계랭킹 1위의 목표를 달성하라는 기원도 담았다. 2011년 어머니가 경영하던 식당을 접으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전인지가 골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인지는 지난 4월 L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선 2m 내외의 퍼트를 20개가량 놓치면서 1오버파 공동 41위에 머물렀다. 대회가 끝난 뒤 박원 코치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제자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전인지는 “코치님한테 ‘그런 식으로 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 국내에서만 상위권에 만족하고 살아라’는 꾸지람을 듣고 눈물까지 흘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후 퍼트 자세를 교정했다. 그 후 전인지의 퍼트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해 국내외 투어에서 5승을 수확한 전인지는 평균 퍼트 수 29.43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인지는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이번에 큰 상금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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