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後] 삼성서울병원 '빅5' 이탈할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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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상처를 남긴 메르스 사태가 종식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관심은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삼성서울병원의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1994년 개원 후 지난 20여년간 줄곧 최고의 위치에 자리해왔던 삼성서울병원의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빅5병원’의 아성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원 20주년 "새로운 도약" 자신했던 삼성서울병원

▲ 삼성서울병원 전경<사진출처=중앙포토db>

지난해 11월,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송재훈 원장을 향했다. "새로운 도약을 향해 다시 한 번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20년은 더욱 기대될 것"이라는 송 원장의 기념사는 여러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1994년 11월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이후 의료계의 변화와 혁신에 앞장서 왔다.

당시만 하더라도 친절이나 서비스와 같은 단어는 의료계와 큰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불과 20년 사이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한 '고객'의 개념은 이제 모든 병원에서 통용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원한 서울아산병원과 더불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남성모병원과 함께 '빅5병원'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빅5병원에 대한 실질적, 상징적 편중은 날이 갈수록 심화된다.

지난해 기준 빅5병원의 진료비 청구액은 43개 상급종합병원의 35%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2조9798억원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6343억원으로 서울아산병원(815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청구액을 기록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송재훈 원장, 그러나

개원 기념행사가 끝나고 불과 7개월 만인 지난 6월, 송재훈 원장은 다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표정은 사뭇 달랐다. "메르스 사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20주년 기념사였던 '새로운 도약'과 '혁신'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앞으로의 20년'은 커녕 당장 1년 앞도 제대로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현재 유일하게 '격리병원'으로 남아있는 모습이 이를 대변한다.

이미지 손실에 대한 타개책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호탄은 송 원장이 쏘았다. 송 원장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병원쇄신위원회를 만들어 시스템을 전면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응급실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도 다짐했다.

이와 함께 "감염질환 예방과 치료 연구를 통해 전세계 공공보건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세계적 의료기관과 협력해 감염질환에 대한 백신 및 치료제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윤순봉 사장이 언급했다.

윤 사장은 지난 14일 국회 메르스 특별대책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TF를 꾸렸고, 2개 팀이 해외 의료기관을 돌아보며 적절한 개선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응급실을 비롯한 감염관리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러갔다"며 "응급실 환자 중 감염성이 높은 호흡기 환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독립된 응급실 신축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임시폐쇄된 삼성서울병원 병동 <사진출처=중앙포토db>

'빅5병원' 아성 깨질까…의견 분분

이 같은 삼성서울병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과 같은 위상을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료계에선 갸우뚱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서울병원이 돌이키기엔 힘든 내상을 입었다며 빅5병원에서 이탈할 거라는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빅5병원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A교수는 "(메르스 사태는) 전국민이 각인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며 "큰 변화가 몰아닥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빅5병원에서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긴 시간을 두고 투자를 해서 원래 자리 근처로 올 수는 있겠지만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병원 B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떨어진 사이 다른 병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빅5 이탈은 힘들더라도 그 안에서의 순위변동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태가 '주춤'하는 정도에서 그칠 거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재개원'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었다.

또다른 대형병원의 C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완전히 주저앉는 건 상상이 안 된다. 의료계 전체에서 봤을 때도 손해"라며 "재개원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립대병원의 D교수는 "결국 병원의 실력은 그 병원 구성원의 '맨파워'에서 온다"며 "삼성서울병원 의사들 실력이 어디 가겠나. 잠시 주춤하겠지만 그래도 삼성서울병원이다. 환자들이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로 일대 전환기를 맞은 삼성서울병원과 의료계 지형도의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 삼성서울병원 복도에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출처=중앙포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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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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