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기환 인사오던 날, 활짝 웃은 ‘형님’ 김무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현기환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 대단하군”이라며 껄껄 웃었다. 현 수석이 온다는 소식에 14일 오전 국회 대표실을 빼곡하게 채운 기자들을 보며 한 말이다.

 김 대표는 54일 동안 공석이 던 정무수석에 현 수석이 임명된 걸 서정주 시인의 시 ‘국화 옆에서’에 비유해 환영했다. 그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간밤에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나 하는 시가 있듯 현 수석 을 고르려고 대통령께서 54일이란 긴 시간을 가진 것 같다”며 “현 수석은 노조 활동을 오래 해 정치의 본질인 협상과 타협에 노하우가 있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현 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냈다.

 그러자 현 수석도 “평소 존경하는 김 대표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고 답했다. 두 사람은 비공개로 30여 분 더 이야기를 나눴다. 현 수석은 사석에서 김 대표를 ‘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격의 없이 지낸다. 2010년께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가 멀어졌을 때 현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오늘이 무성이형 생일인데 축하전화 한번 해달라”고 전화했다가 “지금 그 말 하려고 내게 전화한 거냐”고 한 소리를 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현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무수석 자격으로 현 수석이 처음 현안 보고를 했다. 현 수석이 보고하던 중 새누리당 사무총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를 얘기하 다 이름을 대지 못하고 ‘어, 어’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현 수석에게 웃으며 “어쩐 일이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밝게 웃으시더라”며 “‘어쩐 일이세요’ 앞에 ‘평소 그렇게 딱 부러지던 분이’라는 말이 생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수석 임명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간 회동 이 잡히는 등 당·청 관계 회복 속도도 빠르다. 김 대표와 신임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16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만난다. 꼭 세 달 전인 4월 16일 김 대표가 이완구 전 총리 사퇴를 논의하기 위해 박 대통령을 독대한 뒤 첫 공식 회동이다.

 전날 임명장을 받은 현 수석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도 인사했다. 18대 의원(부산 사하갑)이었던 현 수석은 문 대표와는 부산 얘기로 꽃을 피웠다. 10분간의 면담에서 현 수석은 부산에서 한국노총 활동을 할 당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 야당과도 활발히 소통해 달라”고 하자 현 수석은 “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잘 소통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현 수석은 이종걸 원내대표에겐 추경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용호·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