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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대회 우승 … 한국 대학 스포츠 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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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
김지한 기자 중앙일보 기자
대학 스포츠 발전을 위한 축제인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한국은 경기력에만 집중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김지한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14일 폐막한 광주 유니버시아드(U대회)는 한국 스포츠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금메달 47개, 은메달 32개, 동메달 29개로 여름 U대회 사상 처음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개최국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종합 국제대회에서 한국이 세계 1위에 오른 건 의미 있는 성취다.

 하지만 ‘U대회 종합우승’의 이면에는 한국 대학 스포츠의 냉정한 현실이 있다. 한국은 ‘내년 리우올림픽의 전초전’이라며 손연재(리듬체조), 기보배(양궁), 이용대(배드민턴)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반면 이번 대회엔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일반 대학생들을 출전시킨 나라도 많았다. 훈련장이 없어 강에서 수영 훈련을 해도, 장비가 없어 한국에서 빌려도, 이들은 U대회 자체를 즐겼다.

 한국은 역대 세 차례 여름·겨울 U대회를 유치했다. 그러나 대학 스포츠 환경은 낙후돼 있다. 각 대학이 소수 엘리트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일반 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는 크게 떨어진다. 취업난으로 운동을 기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신욱 단국대 국제스포츠학과 교수는 “교양체육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도 줄고, 체육관이나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운동 동아리도 많이 사라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사회에 일찍 진출하는 여학생들의 운동 참여율은 심각하게 저조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대학 스포츠는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다. 광주 U대회에 미국 대표로 참가한 스탠퍼드대 여자 수구팀 선수 19명 중 체육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미국학 전공인 골키퍼 가브리엘 스턴은 “운동을 좋아해 팀 활동을 하고 있다. 공부하면서 선수 생활도 하고, 다양한 지역을 돌아볼 수도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는 캠퍼스 내에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보유하고, 해당 시설을 모든 학생에게 개방한다. 아무리 뛰어난 운동 특기생도 B학점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다. 팀 화이트 스탠퍼드대 스포츠시설 관리부장은 “체육에 소질이 없는 학생도 엘리트 선수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이것이 미국이 지향하는 대학 스포츠”라고 말했다.

 한국도 최근 공부하는 운동 선수, 대학 스포츠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장을 맡았던 유병진(명지대 총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은 “대학의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합쳐져 순수 아마추어 동아리 선수들도 학교·지역에서 주목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쯤 U대회에서 한국의 수구 동아리 팀이 스탠퍼드대 수구 팀과 경쟁하는 날이 올까.

김지한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