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이도 아쉽다면서 … “난임 시술, 건보 적용 왜 안 해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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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9년 차인 A씨(35·여)는 2013년부터 여섯 차례 체외수정 시술에 3000만원가량을 썼다. 한 번에 500만원씩 쓴 셈이다. 부부 모두 대기업에 다니지만 작은 부담이 아니다. 시술비가 이처럼 비싼 건 난자 채취를 위해 맞아야 하는 과배란 주사에서부터 수정란 이식에 이르기까지 시술 과정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서다.

A씨는 “난임 카페 게시판엔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시술을 받는다는 하소연도 올라온다”며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 사람을 지원하는 정책은 마구 쏟아내면서 왜 자기 돈 들여서라도 아이를 낳겠다는 난임부부에겐 건강보험조차 적용해 주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명이 아쉬울 정도로 출산율이 낮아진 만큼 난임부부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난임부부를 위한 정부 지원책이 없는 건 아니다. 체외수정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 이하이면서 여성이 만 44세인 경우에 한해 3회까지 19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인공수정은 회당 50만원 한도에서 3회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시술비가 회당 400만~500만원 정도여서 지원을 받아도 개인 부담이 작지 않다. 지원을 못 받는 이들의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업계에선 “난임시술이 돈벌이가 되다 보니 비인기 전공이던 산부인과 전공의가 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난임시술은 수요 계층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더라도 정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인 부담률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현행 지원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행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지금은 난임부부가 치료를 받은 뒤 병원에서 받은 영수증을 보건소에 제출하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평가해 지원금을 준다. 올해 난임 지원예산 896억원 중 약 5%인 44억원이 행정비용으로 책정된 것도 접수와 평가를 위한 인력 유지비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병원에서 이용하는 건강보험 운용 전산시스템을 통해 난임치료 여부를 확인하고 추적·관리할 수 있다.

 다태아 출산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도 막을 수 있다. 황 연구위원은 “시술비가 비싸다 보니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수정란을 이식한다”며 “이는 의료적으로 위험한 다태아 출산 증가로 이어져 가정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이 난임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여러 개의 수정란을 이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횟수와 상관없이 난임치료비를 지원하는 호주나 체외수정 4회와 인공수정 6회에 한해 치료비를 지원하는 프랑스는 여러 개의 수정란 이식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박현영·정선언·김민상·김기환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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