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1만 2000가구 쓸 전기, 터빈이 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지난 10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의 월성원자력본부에 들어서면 6개의 원전이 눈에 들어온다.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다. 가장 먼저 지어진 것이 월성1호기(1983년)이고, 막내 원전이 이달 말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신월성2호기다. 상업운전이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제값을 주고 공급하는 것이다. 상업운전을 해야만 발전소를 ‘준공’한 것으로 본다. 지난 2월 전력 생산에 들어간 신월성 2호기는 지금까지 전기료의 90%를 받고 한국전력에 전기를 공급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월성 2호기의 상업운전을 앞두고 원전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지문 검사와 금속 탐지 감지 등을 거쳐야 신월성 2호기 내부 3층에 위치한 주 제어실(MCR)에 들어갈 수 있다. 방탄유리로 막아 놓은 제어실에는 직원 5명이 표시등 수천 개를 바라보고 있다. 8시간씩 3교대를 해야 하는 직원들은 밥도 이곳에서 먹어야 한다.

 제어실 벽면 중앙에는 ‘1012’라는 숫자로 표기돼 있다. 채경식 한수원 시운전발전운영팀장은 “101만2000㎾라는 의미로 101만2000가구가 실시간으로 쓸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말했다.

 신월성 2호기는 현재 100%의 출력으로 운전하면서 원자로와 터빈발전기의 성능을 최종 확인하는 ‘인수 성능시험’을 받고 있다. 이 시험에서 합격 통보를 받으면 7월 말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 개시를 신고하면서 상업운전을 한다.

 신월성 1호기와 2005년부터 함께 건설된 ‘쌍둥이 원전’인 2호기는 상업운전이 예정보다 2년 늦어졌다. 1호기는 예정대로 2012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2호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2012년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겪으면서 2호기에 안전 장치를 추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윤청로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장은 “2011년 일본 원전 사고에서 나타난 수소 폭발 우려나 냉각제 순환 펌프 중단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소제거기를 추가하고 이동식 발전장치도 갖췄다”고 말했다.

 신월성 2호기 내부에는 앞으로 20년간 쓰고 남은 연료봉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주 제어실에서 실내로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거대한 수영장과 같은 ‘사용후 핵연료 습식 저장고’가 나타난다. 깊이 12m에 달하는 저장고에는 원자로를 안정시키는 붕산수(硼酸水)가 담겨 있다.

 저장고 위에는 ‘IAEA(국제원자력기구)’라는 로고가 붙은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다. 경수로형 원전인 신월성 2호기에서 나온 연료봉은 핵무기의 원료로 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장치를 달아 놨다.

 한수원은 연간 79억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신월성 2호기가 투입되면 여름철의 원활한 전력 수급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79억kWh는 대전시의 공장과 상가, 가정이 반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량과 맞먹는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이미 만들어 놓은 통합 온라인 감시시스템을 통해 원전의 갑작스런 정지를 예방하고 있다”며 “선제 관리로 올해 여름철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13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처음으로 가동했다. 최대 130m 깊이의 지하에 건설된 처분장에는 원전 직원들이 쓰던 장갑과 방사선에 노출된 아스팔트 등이 저장된다. 아시아 최초로 건설된 이 처분장은 앞으로 60년간 방사선 폐기물 80만 드럼을 보관할 수 있다.

경주=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