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우희, 왜 '센' 캐릭터만 하냐고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배우 천우희(28)가 이번엔 더 센 캐릭터에 도전했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손님'에서 천우희가 과부 역을 맡았다. 천우희는 영화 '써니'에서 폭력을 일삼고 본드를 마시는 불량 여고생 역을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출연한 작품에서도 캐릭터가 강렬했다. '한공주'에서 예기치 못 한 사건으로 친구도 잃고 상처를 받은 여고생 역을, '카트'에선 취업준비생 캐릭터를 열연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캐릭터 보다는 늘 임팩트 강한 캐릭터만 연기한 그가 이번엔 더 과감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난다. 과부라는 설정 외에 영화 후반부에서 그려내는 이야기와 장면은 더 충격적이고, 강도도 세다. 이번 작품에선 데뷔 이후 첫 로맨스 연기도 선보인다. 상대는 13세 나이 차가 나는 류승룡이다. 극 중 과부인 천우희(미숙)는 아들을 둔 홀아비 류승룡(우룡)와 러브라인을 그린다. 천우희는 "센 캐릭터는 확실히 명암이 있는 것 같다. '써니'를 찍고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손님'의 미숙 역을 놓치기 싫었다. 두려움이 있지만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님'을 택한 이유부터 묻고 싶다.

"재밌을 것 같았다. 일단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동화가 원작인데 그걸 한국, 그것도 전쟁 직후로 가져온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또 개인적으로 제한된 공간을 그린 작품에 흥미를 느낀다. 시나리오를 보는데 뭔가 남달랐다. 무속신앙적인 느낌도 있어서 특이했다."

-최근 있었던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 소감은.

"보통 기술시사로 영화를 먼저 보고 언론시사회에 참석하는데 이번엔 그날 영화를 처음 봤다. 그래서 긴장도 많이 하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시사회 당시)마이크도 말썽이고, 여러모로 당황스러웠다."

-영화에 엄청난 수의 쥐가 CG로 등장한다. 촬영할 땐 실제 쥐도 있었다던데.

"직접 만지진 않았고, 보기만 했는데 생각보단 무섭진 않았다. 쥐를 보고 '생각보다 크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몸통과 꼬리를 다 합치면 길이가 약 30cm정도 됐던 것 같다. 이성민 선배님은 쥐를 워낙 싫어해서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난 괜찮았다.(웃음)"

-과부 역이다. 하지만 영화가 15세 관람가라 연기톤을 많이 누른 티가 역력하다.

"전작 '카트'때 비로소 내 나이대의 연기를 했다. 다음 작품에선 20대 후반을 하려나 생각했는데 이번에 과부를 맡게 됐다. 이번에 연기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어떻게 미숙을 연기해야할지를 두고 대화도 많이 나눴다. 19세(이상 관람가)로 가는지 15세(이상 관람가)로 가는지는 감독님의 결정이기 때문에 그 뜻에 따라 연기를 했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체중도 늘렸다고.

"감독님이 좀 살을 찌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5kg이나 찌웠다. 화면에는 1~2kg만 체중이 늘어도 크게 차이가 나는데 5kg이나 늘렸다. 하지만 영화를 찍고나서 다시 다 뺐다. 하도 주변에서 뭐라고 해서….(웃음)"

-미숙 캐릭터로 꼭 보여주고 싶었던 건 뭔가.

"표면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시나리오 상에서 미숙이 표현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부족한 설명을 어떻게 연기로 표현해야되나 고민을 했다. 미숙의 배경과 상황 등이 압축해서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표면적인 연기를 했다.가장 힘준 신은 우룡에게 같이 떠나자고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미숙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신이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눈에 눈물이 차오르면서 감정이 차올랐다. 연기할 때 그렇게 감정이 확 올때가 있는데 그 신이 그랬다."

-류승룡과 러브라인이 있다.

"영화에서 해보는 첫 러브라인이다. 적정선을 지키는 러브라인이다.(웃음) 류승룡 선배와 내 나이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의 '케미'가 어색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어서 그걸 연기로 잘 표현해내려고 노력했다. 우룡과 미숙의 순수한 사랑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웃음)"

-항상 센 캐릭터를 하는 것 같다. 장르 배우로 구분된다.

"사실 그게 고민이긴 했다. '써니' 때 워낙 강한 역할을 맡아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장르 캐릭터엔 명암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놓친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 또 내가 지금 이런 캐릭터를 피하고 멜로를 한다면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은 왜 예쁜 연기 안하고 고난의 연기만 하냐는 말도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깨지고 다치고, 한 쪽으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이번 역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려진 것 보단 비중이 크다. '한공주'로 상을 받고 편집 때 비중이 늘어난 건가.

"(웃음). 그렇진 않다. 상을 받기 전과 분량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한 장면이 편집됐다. 이준 씨와 분량이 비슷한데 이준 씨의 경우 마지막에 임팩트있는 장면 하나가 편집되서 상대적으로 (내가 더) 비중이 커보였을 순 있을 것 같다."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포함해 '한공주'로는 상을 많이 받았다. 상을 받고 달라진 게 있나.

"물론이다. 회사에서 차를 바꿔줬다. 업그레이드됐다. 주변 대우가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라며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갯수의 차이도 있다. 확실히 많아졌다. 여배우가 할 역할이 많지 않은데 웬만한 작품은 다 들어왔던 것 같다. 여자 캐릭터가 보여질 수 있는 역할도 들어왔고, 처음으로 로맨틱도 들어왔다. 기분이 묘하더라. 많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선택권이 있다는 게 굉장히 좋더라."

-백상에서 신인상을 받을 땐 꽤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날 시상식 전 '오늘도 상 받으면 우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백상예술대상에 갈 땐 사실 편한 마음으로 갔다. 후보들도 너무 쟁쟁해서 설마 청룡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는데 백상에서 또 상을 주겠어?라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도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울지도 않았던 것 같다. 상을 받을 때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사한 일이지만 좋아서 들뜨면 안 될 것 같았다. 발을 땅에 붙이고 차분해야할 것 같았다. 상을 받으면 정말 좋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불안감도 밀려오더라. 내가 이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더 까다롭게 볼 수도 있고, 기대가 커져서 실망도 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기한 파트너 중 호흡이 가장 잘 맞은 배우는 누구인가.

"다들 한 번 씩만 해봐서 아직 잘 모르겠다. 선배님은 다 좋았고, 에너지가 다 달랐다. 누구 한 분 더 잘 맞는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차기작은.

"영화 '뷰티인사이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나홍진 감독님과 함께한 영화 '곡성'도 개봉할 예정이다. 현재 촬영 중인 작품은 '해어화'다. '해어화'에선 기생 역할을 맡는다.(웃음) 이 역할도 재밌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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