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바이오 시밀러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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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TV를 만드는 줄로 알았는데 ‘바이오 시밀러’란 바이오 의약품 사업도 한다는 뉴스를 봤어요. 삼성이 제약회사를 새로 만든건가요? 바이오 시밀러와 기존 의약품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요.

A ‘삼성’하면 스마트폰을 만들고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를 떠올리는 틴틴 친구들이 많을 겁니다. 삼성은 전자와 더불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약’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오래 살게 되었고 그에 따라 약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제약회사에 만드는 약의 대부분은 화학물질로 만듭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약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이런 약을 ‘바이오 의약품’으로 부르는데, 이걸 100%에 가깝게 복제한 약을 ‘바이오 시밀러’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시밀러(similar)는 비슷하다는 뜻으로 ‘원래 약’과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시밀러가 붙는 겁니다.

세계 의약품 시장, 2020년 1149조원 규모

 아직도 머리를 갸웃거리는 틴틴 친구들이 있네요.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퀴즈 하나 낼게요. 세계 1위의 제약회사가 어딜까요. 바로 스위스 바젤에 있는 노바티스(Novartis) 입니다. NH투자증권은 이 회사가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0년에도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무려 매출이 544억 달러(약 61조 4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세계 시장 규모를 한번 볼까요. 2006년만 해도 세계 의약품 시장은 5420억 달러 규모로 우리 돈 612조 5684억원에 달했지요. 그런데 의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약품 수요가 커졌고, 시장이 한해 평균 5.1%씩 성장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2020년에 세계 의약품 시장이 1조 174억 달러, 무려 1149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시장을 기업들은 왜 그냥 두는 걸까요. 그건 바로 제약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약을 하나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에 아무나 쉽사리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거죠. 실제로 노바티스의 2013년 기준 연구개발(R&D) 지출을 보면 94억 달러(약 10조 5800억원)로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섭니다. 세계 20위 안에 드는 제약회사들의 매출 대비 R&D 비용이 평균 19.3%에 달하니 무턱대고 제약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겁니다.

화학물질 대신 살아있는 세포 이용해 만들어

 아스피린이란 약을 아시죠? 열이 나거나 통증이 멈추질 않을 때 먹는 약인데 이 약의 기원은 버드나무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기록에도 등장할 정도로 버드나무 즙을 먹으면 통증이 가시는 효능이 있었습니다. 민간요법으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지만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버드나무 속에 들어있는 ‘살리실산’이란 효능이 통증을 없애는 덴 탁월했지만 위에 자극을 줘 배가 아프고 냄새가 역했지요. 1897년 독일의 바이엘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화학자인 펠릭스 호프만은 사람들이 먹기 좋게 이걸 화학물질을 합성해 약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합성약 개발로 바이엘은 세계 9위의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합성약은 효과는 좋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예컨대 항암제라고 하면 암세포만을 죽여야 하는데, 주변 세포에도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특정 암세포만 죽일 수 있는 약은 없을까” 고민하던 제약회사들은 바이오 의약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세포나 단백질, 유전자를 활용해 만든 의약품을 통칭해 바이오 의약품이라고 하는데요, 이 바이오 의약품은 ‘타깃’으로 하는 세포만 치료를 하는 탁월한 효능이 있습니다. 대체로 유방암이나 대장암,혈액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에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처럼 치료 목적의 단백질은 물론 항암제, 관절염 치료제, 폐렴에 걸리지 않기 위해 병원에서 주사로 맞는 폐렴구균백신, 독감예방을 위한 독감백신도 바이오 의약품으로 만들어집니다.

신약보다 만들기 쉽고 최대 50%나 저렴

 드디어 틴틴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바이오 시밀러’가 여기에서부터 등장합니다. 100%는 아니지만 바이오 의약품과 거의 같게 만들어진 약을 바이오 시밀러라고 하는데,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들죠. 세포에 특정 항체를 주입해서 원하는 치료제를 만드는데 세포 배양과 이를 정제하는 방법에 따라 효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바이오 시밀러는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실험’과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임상은 일반적으로 1~3상 단계로 이뤄지는데 1상은 안정성을, 2상은 약의 유효성, 3상은 500명 이상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약의 효능을 검증 하지요. 충분한 임상실험을 거쳐서 효과를 인정 받으면 정부로부터 판매 승인을 얻어야 팔 수 있습니다.

 삼성은 ‘원조’격인 바이오 의약품을 하면 되지 왜 바이오 시밀러를 하는 걸까요? 그 답은 시장성에 있습니다.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건 전에 없는 신(新) 약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진 데 반해, 바이오 시밀러는 이미 존재하는 약을 만드는 것이니 훨씬 수월하죠. 기존의 약들이 특허로 보호가 되는데, 특허 기간이 끝나면 해당 약의 유사품인 ‘바이오 시밀러’를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납니다. 게다 바이오 의약품보다 최대 50% 가까이 싸기 때문에 시장성도 좋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약 하나당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바이오 의약품 특허가 대거 끝나기 때문에 바이오 시밀러의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에 따르면 앞으로 5년 간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는 500억 달러(약 56조3100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삼성이 개발 중인 바이오 시밀러 13개 달해

 지금까지 바이오 시밀러 사업에 뛰어든 삼성 계열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해 셀트리온·LG생명과학·대웅제약·녹십자·동아DMB 등입니다.이 가운데 가장 늦게 사업에 뛰어든 건 삼성인데요. 삼성의 전략은 이들 기업과는 조금 다릅니다. 반도체를 만들며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아예 바이오 의약품의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은 직접 공장을 돌리지 않고 외부에 약 생산을 맡깁니다. 제약회사로부터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의뢰받아 하는 사업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라고 합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고,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거쳐야만 할 수 있는 사업이라 이 역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란 회사를 인천 송도에 세웠습니다. 제일모직(45.65%)과 삼성전자(45.65%),삼성물산(5.75%)이 미국 퀸타일즈(2.95%)와 합작을 했지요. 퀸타일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 수탁기관인데,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전 과정을 설계하고 정보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이듬해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란 회사를 세웠습니다. 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과 바이오 시밀러 생산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 개발을 담당하는 제약회사 역할을 하는 구조입니다. 두 회사의 꿈은 큰데요, 2025년까지 각각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조원을 거두겠다고 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을 세운 데 이어 2공장을 건립해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 개 공장의 생산 능력(18만L)은 세계 3위 규모에 달하는데 올 10월엔 세번째 공장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번째 바이오 시밀러 제품 판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인 ‘란투스’의 바이오 시밀러 제품(SB9)에 대해서 올해 말 판매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고,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 시밀러(SB3)는 임상 3상 마지막 단계에 있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바이오 시밀러는 총 13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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