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합참 부장 "기회의 땅 아프리카에 한국 영향력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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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에서 한국군은 '고마운 이웃'이 됐다"

오정일 합참 민군작전부장.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남수단에서 한국군은 '고마운 이웃'이 됐다"

오정일(소장)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부장은 국군의 해외파병업무를 총괄한다. 2일(현지시간) 남수단 한빛부대에서 오 부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해외파병의 장기적 발전방안 모색과 아프리카에서 대한민국의 영향력·활동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오정일(소장) 합참 민군작전부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종글레이 주지사와 주장관들을 만났다.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남수단 방문기간 동안 종글레이 주 지사와 UN 주 조정관 등 지역 주요인사들을 만나 파병 3년을 맞은 한빛부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오 소장을 비롯한 민군작전부 일행은 한빛부대 방문에 앞서 레바논 동명부대와 아랍에미리트(UAE) 아크부대를 잇달아 방문했다.오 부장에게 합참이 구상하는 해외파병의 미래를 물었다.

-남수단에서 한빛부대의 임무수행 현장을 살펴본 느낌은.

"한빛부대가 남수단 종글레이 주 정부와 보르 주민들로부터 ‘고마운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확인했다. 특히 대민 의료지원 현장에서 본 주민들의 친근한 반응은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해외파병은 파병지역의 현지 정부 및 주민과의 긴밀한 유대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2013년 12월 말부터 시작된 남수단 내전은 위기이자 기회였다.당시 한빛부대는 UN의 최우선 임무인 민간인 보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민심을 얻었다. 내전사태가 최악에 달했을 때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르지역 난민 1만 7000여명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것이 반응이 좋았다."

-이번 남수단 방문에서 UN 등 주요 인사를 만나 논의한 내용은.

"한빛부대를 통제하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종글레이 주 책임자인 주 조정관(SC)과 선임 연락장교인 호주군 대령을 만나 한빛부대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운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UNMISS는 한빛부대를 현지 상황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최고의 PKO부대로 평가하고 있었다. UNMISS는 장기적으로 남수단 정부가 UN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빛부대가 그에 맞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합참 민군작전부도 능동적인 대응을 해나가기로 했다."

-합참이 요구하는 한빛부대의 역할과 발전방향은.

"합참은 이제 단기적인 관점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빛부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 합참이 요구하는 한빛부대의 역할은 앞으로 남수단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구체화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새마을 운동과 경제개발 성공모델이라는 ‘소프트파워’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남수단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역시 개발(경제발전) 경험의 전수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빛부대가 시행하고 있는 한빛농장이 그 시작이다. 앞으로 한빛부대는 남수단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과 병행해 지난해부터 시행할 것이다. 남수단 리더그룹의 방한 연수를 확대해 인재육성, 직업학교운영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빛부대 같은 군 파병활동이 필요한 이유는.

"아프리카는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대륙이다.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하는 곳임에 틀림없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자국의 개발수요를 잘 충족시켜줄 파트너를 찾고 있다. 우리는 독립과 6·25전쟁을 겪고도 단기간에 우뚝 선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빈곤 극복의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은 남수단에서 한빛부대가 한 것처럼 우리의 경험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유해 자립을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약하는 우리 군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합참이 추진하는 정책은.

"하반기에 중령급 장교를 미국 아프리카사령부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미 아프리카사령부가 위치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방문해 우리 합참과 미 아프리카사령부의 협업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프리카사령부와의 협력은 지난해 8월 리비아 내전사태 당시 청해부대가 우리 국민 철수 임무를 수행하면서 처음 이뤄졌다. 당시 미군측은 우리에게 부족했던 현지 정보뿐 아니라 해군 함정과 무인기까지 지원해 작전 성공에 도움을 줬다.

합참 협조장교 파견은 우리 군 역량 강화에다 아프리카 지역 우발상황 발생시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이 추진 중인 남수단 평화유지군(PKO) 파병에 대한 교육지원을 추진 중이다. 이미 베트남 장교들이 우리 국제평화지원단에서 교육을 받았다. 우리 교관요원들의 베트남 파견 등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중에 나올 전망이다."

-다른 지역에 파병된 부대의 역할 확대 구상은.

"아크부대와 동명부대도 각각 파병 4년과 8년차가 됐다. 특히 PKO 파병의 경우 임무수행을 위한 주둔기간이 십수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파병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현지 실태 점검차원에서 방문을 진행했다. 아크부대는 세계 최고수준의 특수전 수행능력을 UAE에 전수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동명부대는 정전 상태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레바논이 자립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민군작전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합참 민군작전부의 역할과 앞으로 추진할 주요 사업 계획은.

"지난 2월 미국 아프리카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군과 더불어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와 같은 다른 부처는 물론 비정부기구(NGO) 등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았다. 우리나라도 파병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필요한 사항에 대한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남수단 보르에서도 한빛부대가 시공한 백나일강 차수벽을 영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KOICA에서 배수펌프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군의 협업활동이 더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 해파부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동명부대가 있는 레바논과 남수단과 가장 가까운 공관인 우간다 주재 한국대사관에 8월쯤 국방무관을 파견할 계획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우리 군은 국가 위상과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 평화유지와 재건지원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평화유지와 분쟁의 해결사로 활동하면서 유사시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의 위협에 확고한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우선하면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해외파병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보르(남수단)=국방부 공동취재단,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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