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야구선수 포함된 보이스피싱 사기단 적발

중앙일보

입력

중국 조직과 연계해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에는 전직 야구 선수도 포함돼 있었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30일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과 함께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혐의로 26명을 붙잡아 이 중 총책 박모(30)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박씨의 친형이자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박모(33)씨와 이모(30)씨 등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옌볜(延邊)의 콜센터를 통해 내국인 150명에게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한 전화를 한 뒤 "안전계좌로 돈을 이체해야 한다"며 20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국내 인출책으로 활동하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중국 콜센터로 연락해 범행을 모의했다. 그는 이후 친구와 동네 선후배 등을 끌어들여 '대박파'라는 조직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국내에선 범행에 사용할 통장을 모으고 중국인 유학생 등을 끌어들여 통장 운반책을 모집했다. 조직원 2명을 중국으로 보내 실제 콜센터에서 활동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으로 빼낸 범죄 수익금의 15~20%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등은 경찰 추적 등을 피하기 위해 대화창을 빠져나오면 모든 기록이 삭제되는 중국 스마트폰 채팅앱인 '위챗'을 사용하고 범행을 할 때마다 대화명을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경찰에 체포되면 '만난 적이 없어 조직원끼리 얼굴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라"는 등의 강령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박씨의 친형과 이씨는 대박파 조직원들에게 대포폰을 만들어주고 도피자금과 은신처를 제공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은 노인들의 쌈짓돈까지 가로채 유흥비로 사용하는 등 죄질이 안 좋아 폭직조직배와 마찬가지로 '범죄단체 조직·가입 및 활동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들을 비롯한 국내 보이스피싱 가담자들이 중국 채팅앱인 '위쳇'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 앱을 국내에서 사용할 때 사용 인증을 거치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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