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10년…삼성 2010비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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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삼성이 2010년까지 매출액 2백70조원과 세전이익 30조원을 올리며, 브랜드가치 7백억달러에 세계 1등 제품 50개를 확보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장기비전을 확정했다.

삼성그룹은 5일 신라호텔에서 이건희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경영 10주년'기념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0년 비전을 발표했다.

李회장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10년 안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를 위한 신수종 사업에 대해선 "세계1등 제품 50개를 만들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향후 비전=李회장은 ▶신경영 성과보고▶간담▶만찬 등의 순서로 세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2류, 3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과거 선진국도 겪었던 '마(魔)의 1만달러 시대 불경기'에 처해 있어 10년 전 신경영 선언 당시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李회장은 또 "선진국과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어 자칫하다간 5~10년 뒤 우리가 먹고 살 산업이 바닥날 수도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야 하고, 이에 삼성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천재급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사장단이 직접 뛰라고 촉구했다.

2010년 삼성의 목표는 세계 초일류 초국적 기업이다. 이를 위해 ▶5~10년 뒤를 대비한 글로벌 인재 경영▶세계 1등의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미래 성장엔진 발굴을 통한 기회 선점 경영▶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사회친화적 경영 등을 4대 핵심 전략으로 추진키로 했다.

삼성은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지능장치▶반도체▶소재부품▶헬스 케어▶네트워크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천재급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은 이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설비투자보다 신기술을 끌어갈 인재가 최우선이란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신경영 10년의 성과=이번 신경영 10주년 기념회의는 李회장이 "양(量)보다 질(質)을 중시한 신경영으로 세계 일류 경쟁력을 확보하자"며 '나부터의 변화'를 역설한 프랑크푸르트 선언 일자(1993년 6월 7일)에 맞춰 열렸다.

"처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李회장의 신경영 설파는 그 뒤 런던.후쿠오카.도쿄 등을 거쳐 연인원 1천8백명을 대상으로 총 3백50시간에 걸쳐 계속되며 재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7.4제로 알려진 조기 출퇴근제, 품질개선을 위한 라인스톱제, 임원과 관리직의 현장근무제 등의 새 제도들도 도입됐다.

외환위기를 맞자 신경영의 핵심인 질(質)경영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냈고,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룹 매출액은 1993년 41조원에서 지난해에는 1백41조원으로 3.4배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5천억원에서 14조2천억원으로 28.4배 늘었다. 부채비율도 2백91%에서 68%로 줄었다.

삼성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해 수출액은 3백12억달러로 국가 수출의 20%며, 매출액은 1백41조원으로 국민총생산(GDP)의 4분의 1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또 세계 1등 제품이 반도체 D램을 비롯, TFT-LCD, 모니터 등 19개로 늘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시작한 휴대전화 사업에선 세계 3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질 경영의 관건은 우수인재 확보라는 인식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연구인력이 93년 1만3천명에서 지난해 2만2천명으로 늘었고, 특히 박사급 인력은 같은 기간 5백명에서 2천1백명으로 확대됐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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