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삼각관계의 동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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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 우리의 북방 공산권안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있다.
지난달엔 소련의 부외상이 평양에 장기 체류하면서 국경문제를 비롯하여 경제교류·군사협력등에 관해 긴밀히 협의하고 가더니 이달엔 소련의 제1부수상이 북경을 방문했다.
그의 중공방문은 69년 이래 중단된 양국고위층의 상호방문을 15년만에 재개시켰다는 점에서만도 큰 의미가 있다.
더구나 그는 중소간에 공동무역위원회 설치, 과학과 기술의 교류, 장기 무역협력등을 내용으로하는 4개의 경제협정을 체결키로 중공측과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50년대 이래의 중소 이념분쟁과 69년의 국경충돌로 확대돼온 양국간의 긴장이 상당히 해소됐다는 단적인 표현이다.
북방 3각관계의 변화는 지난 여름 김일성의 소련·동구방문 이후 에견돼 왔고 11월의 김일성 중공방문으로 더욱 확실해진 바이긴 하다.
소련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같은 공산 3각관계의 움직임은 전반적으로 상호관계를 접근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공은 ①중소 국경지대에 밀집배치된 소련군의 감축 ②월남군의 캄보디아 점령에 대한 지원의 중단 ③아프가니스탄으로 부터의 소련군 철수를 전제조건으로 하여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그같은 전제조건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소는 양국 국경지대 지하자원의 공동개발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변화됐다.
중공은 지금까지 소련편에 서서 미국에 적대(50년대)하거나, 미소 모두를 상대로 고립된 대결(60년대)을 펴거나, 아니면 미국편에 서서 소련을 공박(70년대)해왔다.
그러나 등소평체제의 등장 이후 3강관계는 재조정이 이루어져 지금은 거의 등거리 균형이 이루어져 있다.
이같이 개선된 북방 3각관계와 세계3강관계는 긴장완화와 남북대화를 추구하는 우리에겐 역기능 가능성 보다는 수기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학자도 있다.
먼저 우리의 대소관계 발전의 필요성이다. 동북아와 한반도에 대한 소련의 영향력은 최근 현저히 강화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극동지역에서의 군사력 증강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중공에 대한 소련의 관계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대화에 있어서도 소련의 영향력을 배제할수는 없다.
다음은 외교의 다변화·다원화의 필요성이다. 소련이 북한과 중공에 대한 관심을 강화하기 시작한것은 그들 양자가 자유세계에 대한 경제·군사·외교상의 정책을 개방화한 이후의 일이다.
지금의 주변 정세는 우리에게 대외자세를 보다 적극화·다변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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