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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는 聯政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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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30면

경기도의 연정(聯政)에는 늘 따라붙는 단골질문이 있습니다. 선거의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 하는 대한민국에서 왜 도지사의 권력을 나누는 연정을 하는 것입니까? 답은 하나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반면 나누면 더 커집니다. 국민들은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보다 골고루 나누어져 서로 소통하고, 비판과 견제를 통해 옳은 길을 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권이 그만 좀 싸우고 힘을 모아서 민생을 위해 일하라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입니다. 이를 외면하고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연정은 권력을 나누고, 2인3각 경기처럼 여야가 함께 발 맞춰 걸어가는 게 핵심입니다.

결심을 한다 해도 막상 대한민국에서 연정을 실천에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정의 첫 걸음으로 사회통합 부지사직을 야당에 제안했을 때 다들 물음표를 달았고, 여소야대인 경기도의회의 상황을 감안한 ‘보여주기식 쇼’라는 냉소적 시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정의 파트너로 맞이한 사회통합부지사와 실질적인 권한을 나눠 갖고, 도정의 주요 업무도 함께 추진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연정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면서 경기도에는 정치적 갈등이 사라졌습니다. 아직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연정이 자리를 잡으면 장기적으로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경제가 안정될 것입니다. 안정된 경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결국 국민들도 행복해지게 됩니다.

연정은 단순히 도지사의 권한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도가 시·군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따라올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이었다면, 현재는 31개 시장·군수님들과 밤새 머리를 맞대고 경기도 전체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바로 연정 2.0입니다.

나아가 연정 3.0은 광역자치단체 간 상생과 협력이 핵심입니다. 강원도와 상생협력을 체결했고, 충남도·제주특별자치도 등 다른 광역 자치단체도 추진 중입니다. 최종 목표는 광역 자치단체끼리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재정 연정입니다.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지 6개월가량 된 연정은 보완해야 할 부분도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경기도의 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감을 표하는 단체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며, 그 공감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연정이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신학자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인(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지도자(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을 쫓기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총선을 불과 2년 앞둔 2003년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당시 독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고용 없는 성장, 경직된 노동시장이 지속되면서 ‘유럽의 환자’로 불렸습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 폭스바겐 이사였던 페터 하르츠 박사가 위원장을 맡은 ‘하르츠위원회’를 통해 해고요건을 완화하고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은 ‘하르츠 개혁’을 진행했습니다.

통일 후의 독일에서 노동자의 지지를 받던 사회당이 이 같은 개혁을 시행한 것은 말 그대로 정권을 건 역사적인 개혁안이었습니다. 슈뢰더 전 총리에게는 사회주의의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총선에서도 패배하면서 기민당에게 정권을 넘겨줬습니다.

하지만 ‘하르츠 개혁’을 핵심으로 한 그의 ‘어젠다 2010’은 실업 감소, 수출 증가 등의 효과를 통해 침체된 독일 경기를 회복시키면서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해묵은 갈등을 해소한다는 게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자치단체와 정치권이 동참해 정치구조개혁을 이뤄낸다면 역사는 연정을 시대의 명령에 따른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할 것입니다.

연정은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NEXT 경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스탠더드가 될 때까지 흔들림이 없어야 합니다. 연정이 이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릴 때 민주화의 끝자락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한 단계 더 올라설 것입니다.



남경필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나와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했다. 1998년 33세에 부친인 남평우 전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수원 팔달 보선에 출마, 정계에 입문했다. 제15~19대 의원을 거쳐 지난해 7월 경기도지사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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