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2, 메르스에 효과 탁월 … 각국 정부 나서야 실용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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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호 07면

티엘 교수

최근 메르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연구팀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방해하는 화합물을 만들어낸 데(22일) 이어 독일 연구팀이 메르스 후보 백신을 개발, 올 연말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소식(26일)도 전해졌다.

[메르스 쇼크] 치료물질 K22 논문 저자 폴커 티엘 교수

지난해 5월에도 국내외 언론에서는 ‘K22’란 물질이 메르스 바이러스 억제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치료제 개발 전망이 밝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스위스·스웨덴 공동연구팀이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PLOS) 병원균(Pathogen)’에 게재한 논문을 인용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K22란 물질이 감기와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 이후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중앙SUNDAY는 27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31명의 메르스 환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치료제 개발의 진척도를 알아보기 위해 이 논문의 교신 저자인 스위스 베른대 면역학 교수인 폴커 티엘(49·사진) 박사와 e메일 인터뷰를 했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K22는 어떤 물질인가.
“메르스 바이러스와 감기 바이러스 등 코로나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속에서 세포막 일부를 가져다가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서 유전물질(RNA)을 복제한다. 숙주 세포 속에 ‘바이러스 공장’을 차리는 셈인데, K22는 이 공장 설치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작은 주머니의 막에 끼어 들어가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공격해 RNA 복제를 막는 것이다. 메르스 외에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
(※K22는 네 개의 벤젠 고리를 가진 화합물이고, 별도의 화학명이 있으나 너무 길어 보통 K22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인 독일 뮌헨의 루트비히-막시밀리안대의 알브레히트 폰 브루나(57) 교수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K22는 코로나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물질로 잠재력이 매우 크다. 세포 배양실험에서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한다”고 평가했다.)

K22의 분자 구조

-현재 연구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나.
“사람 호흡기관의 상피 세포를 배양해 K22의 효능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배양된 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K22가 높은 농도로 바이러스에 도달할 수 있지만 환자에 투약하면 그보다는 훨씬 낮은 농도에서도 치료 효과가 나와야 한다. 그래서 K22를 바탕으로 분자 구조를 변형해 또 다른 물질을 추출하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화합물을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울러 K22의 작용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한다.”

-언제쯤 환자들이 치료약으로 K22를 사용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임상시험에 나설 생각은 없나.
“현재는 전(前)임상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동물시험과 임상시험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제품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는 한국 임상시험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은 답변은 하지 않았다.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김성섭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는 10년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지만 메르스처럼 세계적으로 환자가 적으면 임상시험을 짧게 하는 등 신속한 절차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면 5~6년 내에도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치료제 개발이 기대보다는 늦어지는 것 같다.
“K22가 약품으로 개발되려면 제약업계 관심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환자가 1000여 명으로, 시장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인 것 같다. 정부나 공공기금 등에서 이런 연구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가게 되면 제약업계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된다.”

-사스·신종플루·메르스처럼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제약업계의 관심에만 기댈 수 없지 않은가.
“맞다.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측면 외에 다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부부가 만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같은 곳에서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의 연구 개발을 꾸준히 지원한다면 새로운 질병이 습격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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