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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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지달 상순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아동지)라고 한다. 올해는 우연히 동지달 초하루(11월1일)가 동지날이 됐다. 그러니 자연히 애동지다.
우리 풍속에는 애동지가 든 해에는 어린이들에게 좋고 노동지가 들면 노인에게 좋다고 한다.
애들이 좋으면 어른이 나쁠 턱이 없으니 좋은 새해가 되리라는 기대도 생긴다.
옛날엔 동지를 아세라고 했다. 「작은 설」이란 뜻이다.
태양이 운행하는 시발점이 이날이라고 해서 고대엔 정월 초하루로 삼은 적도 있다. 중국의 당시대까지도 그랬다.
그 유풍으로 조상의 차례도 모시고 조정의 하례도 있었다는 것이 『송서』『월령』등에 보인다.
태양이 동지점에 이르면 북반구에선 해가 가장 짧고 밤 가장 길어진다. 낮시간이 9시간45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추위가 심해진다.
그래선지 올해 동지날은 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추위를 보였다. 서울 영하 10.8도, 인천 영하9.8도, 휴전선근처 화악산이 영하28도였다.
이 추위 속에서 벌써 희망의 싹은 돋고있다. 일양이 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동지는 명일이라 일양이 생하도다/시식으로 팥죽 쑤어 인리와 즐기리라』고 농가월령가는 옮는다.
팥죽을 시식삼아 사당에 고사하고 죽물은 대문에 뿌리기도 했다. 제액을 위해서다.
그 풍속은 중국 양의 학자 종름(종표)의 『형초세시기』에 처음 보인다. 요순시대의 사구벼슬을 하던 공공씨가 재주없는 아들을 두었는데, 그 아들이 이날 죽어서 역질귀신이 되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기로 팥죽을 쑤어 물리친다는 전설이다.
그러나 귀신은 밝은 빛, 붉은 색을 두려워한다고 믿은 고대인의 원시신앙이 그런 풍습을 낳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동지날 책력을 주는 풍속도 있었다. 조선시대대엔 관상감에서 책력을 궁중에 진상하고 왕은 이를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책력에도 가장 좋은 것이 황색장식을 한 황장력, 다음이 청장력. 그 다음이 백력, 중력, 상력의 구분이 있었다.
이즈음에 캘린더를 선물하는 풍속도 따져 보면 동지의 책력 주고받기의 유습이라 할 수 있다.
다가오는 정월 큰 명절을 앞두고 작은 설의 달력 선물은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여주는 인정의 표상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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