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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엽기적인 그녀’처럼, 아름다운 추억 ‘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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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은 ○○이다’.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손쉬운 단어는 두메산골·첩첩산중·강촌·시골 등일 테다. 정선에 대한 연상법은 으레 오지라는 이미지 아래 가지를 친다. 정선은 강원도에서도 산이 겹치고 겹친 곳, 그 안에 들어가 있다. 강릉·동해·삼척·태백·제천·영월·원주와 경계를 마주하는 내륙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 있다.

빈칸에 들어갈 의외의 키워드도 있다. 바로 ‘촬영지’ 또는 ‘영화(TV) 속 그곳’이다. 정선은 유독 화제의 영화·광고·드라마·예능프로그램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과 차태현이 타임캡슐을 파묻던 언덕도, TV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스타들이 살림을 차린 시골집도 정선에 있다. 최근 원빈과 이나영이 백년가약을 맺은 로맨틱한 밀밭의 무대도 정선이다.

‘지금은 정선시대’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카메라의 시선이 정선으로 쏠리고 있다. 구태여 그 험한 데까지 들어가서 촬영 세트를 친 이유가 있을까. KBS-2TV ‘1박2일’로 네 차례, tvN ‘삼시세끼’로 두 차례 정선을 찾은 나영석 PD는 “먼길을 돌아가도 정선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풍광이 좋고 시골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가, 인적까지 드문 유일한 곳이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사람이 없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해운대처럼 번잡한 곳에서는 촬영이 영 쉽지 않거든요.”

촬영지로서 필요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세트를 차리기에 적합한 무대인 동시에, 소위 ‘그림이 되는’ 풍경이 있어야 한다. 낡은 폐교와 외딴 간이역, 폐광과 폐선로, 깊은 계곡과 작은 마을, 크게 휘어지는 강물과 눈앞을 가로막은 산까지, 정선의 풍경은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을 뛰어넘는다. 폐선로에 설치된 레일바이크와 문화시설로 변신한 폐광에는 석탄시대의 명암이 교차하고, 아우라지에 가면 동강 물길을 따라 원목을 띄워보냈던 뗏꾼의 추억이 서려있다. 카메라 초점을 정선의 산야 어디에 맞춰도 그리움의 정서, 먹먹한 삶의 추억을 얹을 수 있다. 팔도강산에서 이만한 촬영지도 없는 셈이다.

week&도 카메라를 들고 정선으로 들어갔다. 뼝대(‘절벽’의 정선 사투리)를 휘감아 도는 동강을 바라보며, 강을 따라 듬성듬성 자리 잡은 농가를 기웃거리며, 척박한 땅에 밭을 일구고 살아가는 정선의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 주 week&은 정선의 촬영지를 두루 소개하는 안내서이자, 정선 여행을 부추기는 초대장이다. 촬영지 투어는 영상 속 그곳을 정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프레임 밖의 공간으로 시선을 넓히면, 영상 너머에 있는 여행의 재미가 더해진다. 정선은 여전히 험했고, 짠했으며, 아름다웠다.

글=백종현·홍지연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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