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우애 살려 훌륭한 기업인 되어 사회에 속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사회를 위해 뭔가 남기고 죽고싶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구나. 네가 나를 대신해 사회를 의해 뭔가 꼭하여라.』
면회간 저에게 아버님께서 하신 첫 마디 였읍니다.
자식과 후손의 장래는 물론이거니와 그보다 사회에 공헌하지 못한 것을 크게 괴로와하시는 아버님을 뵈었을때 저는 제가 3년전 거화의 대표이사직을 그만두고 아버님 곁을 떠났던게 무척 후회스럽고 고통스러웠읍니다.
가족들이 두툼한 솜옷을 갖다 드리려해도 이를 물리치시고 다른 죄수와 똑같이 추운 감방에서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자세로 생활하신다는 교도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아버님을 대신해 이사회에 공헌 할수 있는 기업인이 되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읍니다.
요즘 집안 동생이 넣어드린 성경책을 벗삼아 지내신다면서 『훌륭하고 거룩한 말씀이 많으니 너도 꼭 읽어보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면회실을 나서 감방으로 되돌아가시는 아버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는 한때 한국경제를 주름잡고 자동차공업및 기계공업계의 선구자이셨던 아버님의 처참함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읍니다.
한때 국내재계에 대표적인 기업군을 형성했음에도 경영이 방만해지고 기업을 자기 몸처럼 살피는 인재가 부족해 아버님 산하에 있던 20여개의 기업들은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했읍니다.
결국 70년대 후반에는 거화와 코리아스파이서만이남게 되었고 제가 (주)거화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아버님에게서 경영수업을 쌓아 왔으나 81년엔 저도 자수성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아버님곁을 떠났습니다. 제가 대표이사직을 버린 것은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물질적인 것 때문에 천륜과 인륜이 멀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었읍니다.
10원짜리 동전부터 모아야겠다는 신념으로 회사이름도 동전개발이라고 지었습니다. 직원들끼리 똘똘 뭉쳐 밤낮 없이 뛰고 있읍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저의 모든 가족들을 대신해 깊이 머리숙여 국민여러분과 염려해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는 더욱 분발해 (주)거화와 코리아스파이서가 빚은 사회적 물의를 하나씩 씻겠읍니다.
위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와 우애있고 이웃과 화목하는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가족을 대신해 속죄하고자 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