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서해 NLL 따라 ‘해상 말뚝’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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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부표(浮標·물에 뜨는 표식)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정부 고위당국자가 24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달부터 연평도 북동방에서 백령도 북방까지의 NLL 일대 19곳에 부표를 설치했다”며 “정보기관과 해군·해병대 등에서 북한군이 경비정 등을 타고 와 NLL 일대에 부표를 설치하는 모습이 동시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전까지만 해도 NLL 이북 지역 6~7곳에 부표를 설치한 뒤 이곳에 함정을 정박시키곤 했다. 군 관계자는 “해상에서 일정한 장소에 머물며 경계작전을 펼칠 때 함정이 해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닻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서해에선 긴급 출동하는 상황이 많아 닻줄을 내리는 대신 부표에 홋줄을 묶어 고정하는 방식을 쓰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설치한 부표는 크기도 작고, 북한 함정들이 고정장치로 활용하지도 않고 있어 정보당국은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부표를 설치한 지점이 NLL에 거의 근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당국에선 최근 북한의 해군과 해상 감시선 활동을 분석한 결과, 부표를 통해 북한이 NLL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꽃게 성어기를 맞아 중국 어선들이 대거 몰려와 포획을 하고 있다”며 “북한 단속정들이 부표를 잇는 선 남쪽으로 중국 어선들을 퇴거시키는 모습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표를 중국 어선 단속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복수의 군 정보 관계자들은 “부표를 선으로 이어보면 NLL과 거의 일치한다”며 일종의 ‘해상 말뚝’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휴전선을 바다에까지 연장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9년 9월 일방적으로 ‘조선 서해해상 분계선’을 선포한 이후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남북 해군 간 충돌도 있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수산물 어획량을 늘리라고 강조하자 중국 어선을 몰아내고, 북한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부표를 설치한 것 같다”며 “의도는 다른 데 있다고 해도 사실상 북한이 NLL을 인정한 건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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