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하세요] ‘세계 최연소 가수’ 조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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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대 후반 청년으로 돌아온 최근 모습. [사진 베스트 이미지]

“이 닦아라, 코에서 손 떼라, 이거 해라, 저건 하지 마라. 아기 노릇도 힘들어요.”

1992년 만 4세에 노래 하나로 세계 최연소 가수 자리에 오르며 인기를 독차지한 꼬마가 있었다. 프랑스 출신의 조르디 르무와느(27)다. 조르디 하면 빨간 스카프와 청바지로 멋을 낸 금발머리 꼬마의 얼굴이 담긴 앨범 커버로 유명하다. “울랄라 베베”라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팬들도 많았다.

 조르디는 만 4세 6개월에 ‘아기 노릇도 힘들어요’라는 곡으로 프랑스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첫 앨범은 프랑스에서만 200만 장이 팔렸다. 브라질·한국 등에서도 유명해지며 두 번째 앨범 ‘앨리슨’ 도 수십만 장이 팔렸다.

 하지만 앨범 성공 이후 조르디는 자신이 부른 노래처럼 힘든 인생길을 걸었다. 94년 프랑스 정부는 조르디의 TV와 라디오 방송 출연을 금지했다. 음반 프로듀서였던 조르디의 아버지와 아나운서 출신이던 어머니에게 아동 노동력 착취 혐의가 적용됐다. 부모가 노르망디에 ‘조르디 농장’을 연 것도 문제가 됐다. 미니어처 동물들과 함께 놀 수 있게 한 체험형 동물농장은 ‘아이의 인기를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96년 문을 닫았다. 조르디의 부모는 이혼했다.

4살 때 최연소 가수로 데뷔했던 조르디 르무와느의 당시 모습. [사진 베스트 이미지]

 조르디는 그 뒤 10년 가까이 은둔한다. 납치설·사망설까지 돌았다. 그러던 2005년 조르디는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프랑스의 스타 발굴 TV쇼 ‘라 페르므 셀레브리떼 시즌 2’에 출연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6년 2월 싱글 앨범 ‘내가 가르쳐주지(Je t’apprendrai)’를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도 냈다. 책 제목은『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이다. 책에서 그는 아버지가 로열티 수입 대부분을 써버렸다고 폭로했다. 조르디의 주장에 따르면 조르디가 18살이 될 때 받아야 마땅한 로열티 수입을 아버지가 남겨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르디는 현재 조르디&딕시스라는 펑크록 밴드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시속 200㎞대까지 달리는 파워보트 조종이 취미다. 2009년 프랑스 루앙에서 열린 24시간 파워보트 경주에도 참가했다. 프랑스 예술학교(ISTS)에서 종합 음향 엔지니어링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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