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중앙시조대상」 영광의 두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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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조 하나에 매달려 일생을 살아온 나에겐 이번 수상이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기름이자 채찍이 아닐수 없읍니다.』
작품 『겨울관악』으로 제3회 중앙시조대상을 받은 백수 정완영씨(65)는 사숙한 스승도, 직장도 없이 41년부터 44년간 홀로 시조만 써온 「시조선사」다.
그래서 시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것.
『시조는 장인기질이 있어야 합니다. 시조로 일생을 마친다는 순교자적 생각으로 지어야지요.』
자유시쪽은 기웃거리지 않고 외곬으로 고독한 역정을 걸어온 백수는 『죽는 날까지 시조만 쓰겠다』고 다짐했다.
『시조는 한국특유의 문학입니다. 시이전에 가라야지요. 가락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백수는 『가위에 시를 보태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은 천년이 지나도 단가·배구를 고스란히 지니고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해요.』
백수는 가람 이병기, 조운처럼 우리의 정신적 맥락을 짚어나간 시조를 쓰면서 한국속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의 시조를 갈아내겠다고 결의가 대단하다.
『예술원회원중에 시조시인이 한사람도 없는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입니다. 비명도, 헌시도 시조로 써야지요』
백수는 후배들에게 『자유시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한국의 가락(시조)을 더 뚫고 들어가라』고 당부했다.
백수는 76년 한국문학상, 79년 제1회 가람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신인상 이기라씨|사설시조 쓴것이 행운 계기|상금으로는 첫번째 시조집 낼 계획 『사설시조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 남이 안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덤볐다가 큰 영광을 안았읍니다.』
사세시조 『장마80』으로 제3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받은 이기라씨(38·지학사편집국근무)는 평시조를 쓰다가 사설시조로 파고든 실험작가.
『평시조가 귀족·관료적이라면 사설시조는 서민·풍자걱적 요소가 많은 장르지요. 구수하면서도 따끔한 맛이있어 사설시조를 즐겨 썼읍니다』
하지만 소재에 따라 평시조든 사설시즈든 담을 그룻을 정하겠다는게 이씨의 지론이다.
수상작 『장마80』은 비가 오는걸 보고 80년에 쓴 작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장마로 어려움을 겪은 이씨가 그때 일을 비유해서 담담하게 지은것이다.
이씨가 중앙시조와 인연을 맺은 것은 68년1월8일.
눈내린 산을 오르다가 시상이 떠올라 써 보낸 첫작품『밤에 온 눈송이』가 중앙시조란에 실렸다.
이때부터 시조말을 갈고 닦아 75년1월 『시문학』l회 추천의 자리에 올랐다.
『내가 문학에 뜻을 두었을때 시인을 신선같이 알았습니다. 문단에 나와 감투나 돈에 눈이 어두운 세속적인면을 보고 실망했지요. 그저조용히 작품이나 쓰고 싶을뿐입니다』
이씨는「삼장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시문학』출신작가 모임에도 들어『사화집』을 냈다.『상금으로는 지금까지 열심히 써모은 l백여편의 시조를 한데 묶어 첫번째 시조집을 내고 싶습니다』
이씨는 소박한 소망울 펴면서 활짝 웃었다.

<신인상 수상작|장마'80| 이기라씨>
참 지루키도 하네
이 우라질 장마비
농약 탓으로 붕어 새끼도 없는 앞개울에 물이 불어, 더럽디 더러운 오만잡것을 홅어 내리는 일은 스무해 묵은체증이 트이듯 무척 후련키도 하건만 뉘 벌통인지 아낍게 떠내리는 일에는 장마가 원수거니,
어떻든 이 비 그치고 나면 다시는 맑은 물만 흘러내리는 꼴을 볼라는지
그것이 상으로 궁금스럽고 의심가는 일인거라.

<심사평|대상 창작의 기법 원숙| 신인상 밭랄·신선함 가득>
제3회 중앙시조대상의 「대상」및「신인상 수상작 심사 경위는 다음과 같다.
실무위원 (이상범)으로부터 대상후보 세분과 신인상후보 다섯분의 작품이 올라왔다. 후보 선정에 있어서 대상후보는 이른바 대가및 중진급에서, 그리고 신인상 후보는 등단한지 5년이상 10년이내의 신인급을 대상으로 하되 올해에 우수한 작품을 다수발표한 분을 뽑는다는 원칙 밑에 업선했다고 보고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 12월7일 모임을 갖고 후보자의 선정기준및 그 결과에 이의없음을 확인했다. 다만 후보자의 작품이 심사 자료에서 누락되지 않았는지 재확인하기 위해 일단 정회했다.
여느 시조상들이 대개 「공로상」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반해 유독 중앙시조대상은작품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다는 상 제정취지에 따라 「작품상」 이라고 못박고 있으므로 동일 후보의 작품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울 선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동월 10일 심사를 속개하여 따로 발표된바와 같은 수상작을 전원일치로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올해의 대상수상가가 영국의 계관시인에 값할만하다면 신인상 수상자는 옛날 과장의 소년장원에 견줄만한 영예를 각각 그들의 작품이 안겨준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수상작 『겨울 관악』이 그 심오한 온축과 원숙한 기법으로 올해의 시조를 대표한 얼굴로서 손색이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신인상 수상작 『장마 80』은 신인다운 신선·발랄한 기상을 높이 사는 한편 사설시조의 발전을 고무한다는 배려를 곁들여 낙점한 것이다. <장순하· 박재삼·최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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