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두산의 4번타자 로메로

중앙일보

입력

"성적은 안 나오고 있지만 느낌은 좋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3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4번타자 데이빈슨 로메로(29)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로메로는 전날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213, 3홈런·11타점을 기록했다. 기대치에는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로메로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구나 목동 원정경기 때는 (홈구장인 잠실에 비해)작아서인지 잘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김 감독의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로메로는 4-0으로 앞선 3회 말 SK 켈리의 직구를 때려 좌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큼직한 타구였다. 로메로는 6회에도 좌익수 방면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5타수 2안타 3타점. 두산은 타선이 고르게 터지면서 SK를 10-1로 완파하고 2위로 올라섰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꼽힌 로메로는 이날 처음으로 두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도미니카에서부터 즐겨듣던 곡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이라며 자신의 등장음악에 맞춰 춤을 춰 달라는 부탁까지 흔쾌히 들어줬다. 그의 얼굴에서는 가벼운 미소가 엿보였다. 로메로와의 1문1답.

-처음 수훈선수가 된 소감은.
"팬들이 매일 응원하고 와줘서 고맙다. 매일 찾아와주시면 좋겠다."

-잠실에서 첫 홈런을 쳤다.
"처음 와서 원정부터 합류해서인지 정신이 없었다. 홈 경기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KBO 리그의 느낌은 어떤가.
"좋은 선수들이 있는 경쟁력 있는 리그다. 아직 적응하는 단계라 더 좋아질 것이다."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놀란 부분이 있다면.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예절을 지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매우 좋다."

-그동안 타율이 다소 낮았다.
"사실이다. 매 순간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어떤 빠르기로 던지는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받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가끔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가지만 안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1루수로 나서고 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포지션은 3루수라 자신있다. 1루 수비도 똑같이 잘 할 수 있다."

-새로 주문한 방망이는 받았나.
"아직 못 받았다. 배트 제조회사에서 일단 쓰라고 건네준 샘플을 사용하고 있다."
(로메로는 미국에서 쓰던 방망이가 국내에서 쓸 수 없는 제조사의 것이라 동료들의 방망이를 빌려쓰기도 했다.)

-존경하는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애드리언 벨트레를 좋아했다. 경력도 훌륭하고 포지션도 같은 3루수이기 때문이다. 수비도 뛰어나면서 장타력도 있는 선수라 어렸을 때부터 늘 그의 플레이를 따라하고 싶었다."

(로메로와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벨트레는 2004년 홈런왕에 오르는 등 18년간 통산 401개의 홈런을 때렸다. 그러면서도 골드글러브를 4회나 받을 정도로 수비도 뛰어나다. LA다저스와 시애틀, 텍사스를 거치면서 박찬호·추신수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들과도 친분을 쌓기도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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