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문 경찰청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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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문 경찰청장은 한총련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유지했다. "경찰의 입장이 바뀐 건 하나도 없다"면서 "모든 걸 원칙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기관일 뿐 정치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7명의 한총련 수배자를 붙잡았고, 앞으로 검거 활동을 더 강화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최루탄 발사 훈련을 재개한 배경에 대해 崔청장은 "1998년 하반기 이후 한번도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일선 진압 경찰들이 발사 요령도 제대로 모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돼서는 과격 시위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총련의 광주 5.18 기습 시위와 관련,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그런 불상사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경찰 총수로서 죄송스럽다"면서 "당시 현장 사진 채증을 통해 48명의 신상을 파악해 이중 19명을 사법처리했고, 29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 崔청장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고 경찰의 숙원 사업인 만큼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론을 수렴해 경찰 단일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이 자기 노력은 게을리하고 수사권 독립만 주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권을 얻기 위해 경찰도 내놓을 건 과감히 내놓아야 한다. 경찰 간부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매년 10여명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특채해 경찰서 수사 간부로 배치할 계획이다."

경찰의 사법시험 출신자 특채는 인사 적체 등을 이유로 9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경찰의 직급 체계도 바꾸겠다고 했는데.

"경찰은 경사 이하 비간부가 86.2%고, 총경 이상은 0.5%에 불과한 기형적인 에펠탑 구조다. 그래서 66%의 경찰이 순경으로 들어와 평생을 근무하고도 경사로 퇴직한다. 일부 지방에서는 일선 파출소장이나 형사계장이 경사로 돼 있어 현행범을 긴급체포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경사까지의 비간부는 사법경찰리(吏)여서 경위 이상의 사법경찰관(官)이 할 수 있는 일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자치부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경위.경감의 수를 크게 증원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음주운전 단속 방식이 확 바뀌었다.

"경찰대학장 시절 용인에서 서울로 퇴근할 때 차가 막히는데도 큰 길을 막고 음주 측정기를 갖다 대는 걸 보고 나도 불쾌했다. 자동차 1천대를 상대로 일제단속을 해도 단속 건수는 고작 7~8대에 불과하다. 1%도 안되는 확률 때문에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고무판 설치나 열감지기 이용 등 외국의 음주차량 식별 기법을 참조해 일제단속을 안 하고도 음주자를 '콕' 찍어내겠다."

그는 이 밖에 실적 위주로 이뤄져온 경찰서 평가를 하반기부터는 여론조사를 통한 주민 만족도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관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7월 말까지 내부 비리 고발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고, 단속 현장에는 시민단체들을 참여시켜 비리의 소지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만난 사람=사회부 이규연 차장, 정리=윤창희 기자


*** 최기문 경찰청장 약력 ▶경북 영천(51)▶영남대 경영학과▶행시 18회▶경북경찰청장▶경찰청 차장▶경찰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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