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불륜고백 클린턴 죽이고 싶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빌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

199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불륜을 고백한 순간, 부인 힐러리 여사는 배신감에 이처럼 '살의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AP통신은 4일 내주에 출간되는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의 회고록 '역사를 지켜보며 살다(Living History)' 를 사전에 입수해 보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힐러리는 세상사람들이 클린턴에게 손가락질을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남편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힐러리의 회고는 이렇다.

"처음 르윈스키 스캔들이 불거졌던 98년 1월 21일 남편은 '백악관 인턴인 르윈스키가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해 도와주러 몇차례 그녀를 만나 얘기를 나눴을 뿐이다. 엄청난 오해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나는 남편의 말을 믿었다. 6개월 뒤 남편의 충격적인 고백을 듣기 전까지 나는 이 스캔들을 '우파의 거대한 음모'며 남편은 정치적 반대자들이 악의적으로 꾸며낸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했다."

클린턴이 고백한 순간은 회고록의 하이라이트다.

"남편의 연방대배심 증언이 있기 바로 전주였던 98년 8월 15일 토요일 아침. 남편은 침대 곁에서 나를 깨우더니 마루바닥쪽으로 얼굴을 떨구면서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태가 너무 심각해져서 대배심에서 르윈스키와의 사이에 부적절한 친교가 있었음을 증언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띄엄 띄엄 간략하게 설명했다."

힐러리는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크게 숨을 한 번 들이 쉬고 나서야 나는 울음을 터뜨리면서 남편에게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소리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왜 거짓말을 했어'라고 퍼부어댔다. 클린턴은 그냥 선 채로 '미안해, 미안해, 당신과 첼시를 보호하고 싶었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남편에게 10대인 딸 첼시에게도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말하자 남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후 힐러리에겐 시련의 세월이었다. 세상사람들은 몰랐지만 클린턴은 백악관 아래층 침실에서, 힐러리는 위층에서 각 방을 쓰며 별거에 들어갔다. 냉랭한 부부관계가 계속됐다. 가족 구성원 중 이 가족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는 클린턴밖에 없었고 클린턴 곁에 있어주는 동료는 애완견 버디밖에 없었다. 그러나 힐러리는 결국 화해를 택했다.

"내가 상원의원 출마를 결심한 것이 화해의 계기를 제공해 줬다.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이 생기면서 서서히 관계가 풀렸다. 결국 내가 퍼스트 레이디로선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상원에서 취임선서를 했던 2001년 1월,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와 왈츠를 추는 것으로 마감했다. "

힐러리는 "내가 살아오면서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빌과 결혼관계를 지속하기로 한 것과 뉴욕 상원의원에 출마하기로 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회고록을 출간하는 사이먼 슈스터사는 5백62쪽의 회고록이 크게 히트할 것으로 예상, 초판으로는 엄청난 양인 1백만부를 찍었다. 힐러리도 8백만달러에 달하는 전체 저작료 중 2백85만달러를 선금으로 받았으며 외국 판권도 이미 16개국에서 팔렸다.

유에스 에이 투데이는 이와 관련,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여성이 대통령으로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87%, 힐러리의 지지율은 43%였다"며 "힐러리가 회고록의 출간과 함께 전국 북투어에 나설 계획이어서 '힐러리 대통령 출마'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뜨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