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입국」서두르는 「사우디」|석유의존 탈피에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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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석유왕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의존 체질에서 벗어나 경제의 다양화를 지향하는 변신을 하고있다.
원유가격하락으로 다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추진해 온 대형 프로잭트를 계속완성, 국가목표로 내세우는 「공업입국」을 이룩하려는 계획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70년부터 5개년 개발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는데 투자규모가 1차(70∼75년) 1백37억달러, 2차(75∼80년) 1천4백20억달러, 3차(80∼85년) 2천3백50억달러에 이른다. 이제까지는 도로·항만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주력했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4차계획에선 인적자원개발에 중점을 두어 경제의 고도화, 자립능력의 제고를 목표로 하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는 참신한 설계의 빌딩이 줄을 선 초근대적 도시다. 예전과 비교하면 시내에 숲처럼 늘어선 건축용 크레인의 숫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도처에 공사를 하는 소음이 끊이지 않고있다.

<총자산 천6백억불>
리야드 새공항과 전신·전화등 공공시설과 사회간접자본시설은 20∼30년후를 내다보고 만들고 있다.
이같은 시설들은 유가가 치솟던 70년대에 축적된 부를 투입해 만든 것으로 이제 그 마무리단계에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형공사들을 계속할수 있는 힘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과거 오일쇼크때 천문학적 돈을 벌어 이를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재정준비금이라 부르는 해외자산은 약l천3백억달러, 국내자산을 포함하면 1천6백억달러에 이른다. 이밖에 왕족들이 개인적으로 갖고있는 해외자산도 엄청나다.
최근의 석유가격하락으로 재정수입이 줄면 이를 다소 풀어 쓰면 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세입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4백80만∼5백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야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적은 4백만배럴선이다. 그래서 작년엔 l백억달러, 금년엔 1백30억달러를 헐어 썼다.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바루하일」재정·경제성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경제를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한다』며 자신에 차있다. 즉 적자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적자예산은 올해 뿐만아니라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다는 것이다. 또 재정준비금(해외자산)이 워낙 많기 때문에 웬만한 적자는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원유값이 오르면 일시에 석유판매수입이 늘어 과거의 적자를 메우고 남는다는 계산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재정·경제장관은 앞으로 2∼3년 이내에 재정은 흑자로 돌아선다고 단언하며 지난 2년간 계속 적자재정을 짠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향하는 공업화 정책을 완수하기 위해서인데 이제 대형 프로젝트는 거의 끝나간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4차 5개년 계획은 인적자원개발에 중점을 두어 인력육성·능력향상과의식개발·식량증산과 광산개발을 목표하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경제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국내산업이 성장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단기적인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공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화」란 말을 많이 쓴다. 한편으로는 공업입국을 지향하면서 한편으로는 모든 국가경영을 사우디아라비아인이 하겠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이집트·레바논등 아랍계와 인도·파키스탄·필리핀·한국등에서 많은 외국인이와 일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과 관련된 일로 나와있지만 기업·관청등에는 구미인고문도 적지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국토면적은 2백l5만평방㎞(남한의 21.5배)인데 인구는 8백여만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일달러를 투입, 급격한 국가건설을 하기위해서는 다수의 외국인 인력을 필요로한다. 이같은 현상은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쿠웨이트·UAE(아랍토후국연방)등 페르시아만 연안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작년말 현재 외국인은 4백70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따라 작년부터 이들 국가들은 외국인 노동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4백70만명>
석유수입감소에 따른 프로젝트의 감소도 원인이지만 쿠웨이트는 이슬람문화보호와 국내치안이란 점에서 외국인력을 줄이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같은 이유 외에도 국가운영·기업활동등의 중요부문은 외국인에게 맡기려하지 않는 점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4차5개년 계획의 인력자원개발을 위해 특히 공업분야에서의 조직적인 교육·훈련계획을 강화하고있다.
예컨대 주베일항에 대대적인 기술훈련센터가 가동중이고 외국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 기초산업공사에 의한 각 합병기업도 교육훈련에 꽤 힘을 쏟고 있다.
강의와 실무교육(OJT)뿐 만아니라 플랜트조작기술 습득을 위해 외국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사람을 보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초산업공사는 관련기업이 조업을 시작할 때 인력구성비를 사우디아라비아인 30∼40%, 외국인 60∼70%로 잡고있는데 외국인 비율을 서서히 줄여 5년후 쯤에는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인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공업분야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사우디아라비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각분야에서 「사우디아라비아화」의 물결이 일고있다. <일본경제=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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