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늦출래"…졸업식에 온 한국 부모들, 메르스로 일정 변경 속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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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전염 사태로 지난 12일(한국시간)까지 휴교했던 평택의 한 초등학교가 15일 부터 수업을 재개했다. 보건 당국 직원들이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기 전에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AP]

16일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3명이 추가돼 총 19명으로 늘었다. 치명률도 12%를 넘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메르스 검사에서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국내 감염자수가 15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서 메르스 사태가 확산.장기화 되면서 미주 한인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한국인들의 생활에 변화가 오고 있다.

지난 12일 UC계열의 대학을 졸업한 이경원(24)씨는 그날 저녁식사하며 한국에서 온 부모와 대화를 나누던 중 표정이 굳어졌다. 식사 도중 스마트폰으로 메르스 사망자 소식을 봤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귀국 일정을 좀 늦추시죠." "안 된다.어렵게 낸 휴가다. 일이 쌓여있다. 그냥 예정대로 갈련다." 이씨의 바람과 달리 아버지는 귀국 일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씨는 "요즘 연일 한국에서 메르스에 걸린 환자가 사망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어 불안하다"면서 "평소 천식증세가 있던 아버지가 졸업식에 오신 겸에서 귀국 일정을 늦췄으면 좋은데 고집을 부리신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면서 "(한국) 동네 사람 중 한 명이 메르스로 죽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뜻을 꺾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귀국 일정을 늦춘 부모도 있다. 한국 상황이 점점 더 악화돼 미국에 온 김에 잠잠해 질 때를 기다리겠다는 판단이다. 귀국을 한 달 늦춘 경모(53)씨는 "애들 아빠도 휴가 기간을 연장했다. 불안감이 점점 더 커져서 무리하게라도 일정을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홀로 사는 기러기 아빠 성모(46)씨도 아들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갑작스레 미국 출장 신청을 했다. 아내와 아이들의 만류에 못 이겨서다.

성씨는 "아내가 지금 서울에 돌아가려면 이혼을 하고 가라고까지 했다.

마침 미국에서 해야 할 회사 일이 있어 회사에서 출장을 허가해 줬다. 노트북까지 구입해서 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메르스 전염 사태는 모국 관광 업계에도 치명적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주 미국내 전 의료진을 상대로 메르스 전염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당부한 영향이 컸다. 장윤수 하나투어 팀장은 "여행 취소율이 20%가 넘는다. 한국에서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고객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모국 관광 안전 여부에 대한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국으로 건강 검진(의료관광)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임은숙 서울대병원 LA오피스 운영실장은 "암 등 중환 환자를 제외하고 기본 건강검진의 경우 애초 6월 2째 주에 잡혀 있든 모든 예약이 7월 초로 연기된 상태"라며 "한국 방문에 대한 불안감으로 예약률이 전달에 비해 5% 정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수정·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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