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가 된 유해진 “사주 한 번 본 적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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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배우 유해진. TV 예능프로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소탈한 모습이었다면, 영화 ‘극비수사’에서는 뜻을 굽히지 않는 우직한 모습을 연기했다. [사진 전소윤
(STUDIO 706)]

요즘은 ‘참바다씨의 계절’이다. 대세 배우 유해진(45)을 두고 하는 말이다. ‘참바다’는 그의 이름인 바다 해(海)와 참 진(眞)에서 따온 별명.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tvN)에서 보여준 소탈한 모습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전혀 다른 모습이다.

 18일 개봉하는 실화 소재의 영화 ‘극비수사’(곽경택 감독)에서 그는 김중산 도사 역을 맡았다. 유괴된 아이를 찾기 위해 소신을 밀어붙이는 강단 있는 역할이다. 사주를 활용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다소 황당해보이는 설정은 그에게 도전적인 연기였다. “낯선 역할이었지만,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다.” 최근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이석훈 감독), ‘타짜-신의 손’(2014, 강형철 감독)에서 코믹한 역할을 도맡아 온 그가 방향을 틀어 정극 속으로 들어온 이유다. 인터뷰로 만난 유해진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농을 치다가 카메라 앞에서는 표정이 확 달라졌다. 배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 도사 역할이 생소했을 텐데, 김중산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했나.

 “도사라는 직업 자체도 생소했고, 실제 모델이 된 인물도 있어 재해석이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보며 김중산이라는 인물은 대쪽 같이 올곧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자세가 바탕이 돼 있어야 유괴된 아이를 진심을 다해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공 형사(김윤석)와 김 도사는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지만, 김 도사가 ‘나도 내 일에 전부를 걸었소’라는 대사를 한 이후 관계가 서서히 변한다. 그 장면이 인상적이던데.

 “맞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두 사람이 놀이터에서 얘기를 나누다 김 도사가 놀이터 모래 바닥에 ‘소신(所信)’이라는 한자를 쓰는 장면이 있다. 이 영화가 김 도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도사의 모델이 실존 인물이지만 그는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겉모습을 복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사 역할을 맡아 열연했지만, 정작 자신은 “지금껏 사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주를 보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참바다씨’란 별명과 달리 그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 등산하기를 즐기는 ‘산 사나이’다. 서울 구기동에서 8년째 사는 이유도 북한산이 가까워서다. 지난해 가을엔 한 달 동안 제주도에서 지내며 한라산을 매일 올랐다는 그에게 자신의 소신에 대해 묻자 “새로운 시선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삶에서든, 연기에서든 자신을 틀에 가두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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