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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진 때 한국 119가 구조한 소년 … 16년 만에 “셰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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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장징훙(위 사진 왼쪽)이 공항에 마중나온 김남석 중앙119구조본부 상황팀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아래는 1999년 대만 지진 당시 한국 대원들이 장을 구해내는 장면. [사진 중앙119구조본부·국민안전처]

“고맙습니다. 한국 119 구조대원 여러분.”

 16일 오후 4시30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흰색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대만 청년 장징훙(22·대만과기대3)이 마중나온 중앙119구조본부 대원 5명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은 여섯 살이던 1999년 대만 대지진 때 무너진 건물 틈에 갇혀 있다가 87시간 만에 한국 119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희미한 어린이 목소리를 들은 한국 대원들이 건물 잔해를 9시간20분 동안 파헤친 끝에 구해냈다.

당시 대만 정부는 구조대원들에게 감사 표시로 ‘활보살(活菩薩·중생을 살리는 보살)’이라는 이름의 조각상을 선물했다.

 장은 지진으로 부모와 여동생 둘까지 가족을 모두 잃었으나 꿋꿋이 자란 점을 인정받아 올해 대만 저우다관(周大觀) 문화교육재단이 주는 ‘세계생명사랑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재단측은 장이 한국·대만과 모두 관련있다는 점에 착안해 서울의 대만대사관에서 시상식을 하기로 했고, 장은 한국에 오게 됐다.

그는 16일 입국장에서 “(갇혀 있던) 87시간은 공포의 순간이었다”며 “위험한 재난현장에서 생명을 구해준 119 구조대원들은 (나의) 은인이다. 늘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외교관이 돼 조국인 대만과 생명을 구해준 한국이 더 가까워지는 교량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장은 17일 대구 달성군 중앙119구조본부를 방문해 자신을 구했던 이창학(50) 소방령 등을 만난 뒤 20일 출국한다. 장을 인천공항에서 맞은 이들은 대만 지진때 활약한 대원들이 아니라 영접나간 구조본부 소속 소방관들이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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