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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화 못할 것 없다” … 억류 한국인 2명 내일 송환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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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 노동신문이 15일 해군부대에 실전배치 중인 신형 미사일 발사 훈련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쌍안경으로 발사 훈련을 참관하며 “통쾌하게 들어맞았다. 멋있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북한은 구체적 발사 훈련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노동신문]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북한이 대화 공세를 펼쳤다.

 북한은 15일 오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명의의 성명을 내고 “(남북)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성명 발표에 이어 북한은 적십자사 중앙위원장 명의 통지문을 남측에 보내 북측이 지난달 11일부터 억류해온 이모(59)씨와 진모(51·여)씨 등 한국 국적자 2명을 17일 오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겠다고 통보했다. 다만 기존에 북한이 억류해 온 또 다른 한국 국적자 김정욱·김국기·최춘길·주원문씨 등 4명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나온 북한의 ‘정부 성명’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때 사용한 것처럼 최고 수준의 공식 발표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7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응원단을 파견한다는 방침을 발표할 때 이어 두 번째다. 4000자가 넘는 성명에서 북한은 ‘남북 당국 간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비추긴 했지만 늘 주장해오던 대화조건들을 다시 걸었다. ▶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 ▶체제(흡수)통일을 추구하지 말 것 ▶미국과의 북침전쟁연습(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이다.

김일성 주석 사촌여동생의 남편인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선중앙TV에 나와 “단절된 북남관계를 회복하고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의 염원에 맞게 풀어나갈 의지가 있다면 우리의 정당한 입장에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통일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북한은 부당한 전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미사일 발사실험에 이어 전제 조건을 달며 내놓은 양면작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성명 발표 후 다시 한국 국적 억류자들을 석방할 뜻을 비추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북한이 ‘정부 성명’이라는 형식을 취한 데 대해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측이 남측을 대화의 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모멘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남측이 적극적으로 대화 제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대 정외과 김근식 교수는 “‘송환 정치’를 해온 북한이 대화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며 “우리도 고위급 파견 등의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도 “북한 내부에서 남북관계를 계속 단절한 채 (남측의) 다음 정부까지 기다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고 분석했다.

 반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강대 정외과 김영수 교수는 “북한 최고위급 성명은 노동당에서 나온다”며 “남측에 울림이 클 것으로 보이는 ‘정부 성명’ 형식을 일부러 채택한 것”이라고 봤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조건을 걸었다는 데서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측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수진·안효성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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