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공망의 우려할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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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미국 하원군사위 대표단은 하나의 충격적인 시찰보고서를 제출했다.
그것은 미국의 군사예산 삭감으로 한국과 일본의 방공시설공사가 지연되어 『크게 우려할 상황』이라는 내용이다.
국가안보를 미국의 핵우산과 방공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실로 충격이 아닐수 없다.
전투사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전력과 주전장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공간적으로 이동해 왔음을 가르치고 있다.
그것은 지상에서 시작되어 해상으로 옮아갔다가 지금은 고도의 정밀-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공중으로 옮겨져 있다. 현대전을 곧 공중전이라고 부르는것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전력을 갖춘 집단사이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필시 공중 기습으로 시작되고 항공전력에 의해 초기에 대체적인승부의 방향이 결정되리라는것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같은 현대전투의 특수한 양상을 전제할때 최선의 방비책은 전쟁이 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억지태세와 공중기습에 대비하는 방공체제의 강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국군과 상징적인 주한 미군의 존재가 북한의 무력남침에 대한 억지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방공체제는 최근 북한이 고성능 미사일과 신예 전투기를 도입한 사실을 고려할때 너무나 미흡한 상태다.
지금 서울은 북한 전투기가 5분이면 내려와 공격할수 있는 작전권안에 놓여 있고, 우리나라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안에 들어 있다.
우리는 방공체제의 부족에서 오는 위기를 여러번 경험했다. 83년중공조종사 귀순때에도 그랬지만, 소련에 의한 KAL기피격때는 그 진상을 몰라 미국과 일본의 공중정보만 의존하고 있어야했다.
지역상 우리와 같은 방공망속에 놓여 있는 일본도 방공체제가 완전한것은 아니다.
수년전 소련의 미그-25기 조종사가 망명 귀순키위해 북해도의 하꼬다떼에 무사히 도착했을때 그 허점은 여실히 노출됐었다.
당시 일본의 경보망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고,따라서 전투기의 출격도 제대로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방공체제를 우리처럼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던 일본은 그후 자체방공망을 크게 강화하여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최근들어 소련의 극동군과 북괴군이 다같이 전력을 강화해왔다.
이같은 위협에 대처하여 우리는미국·일본과의 방공협력체제를 더욱 긴밀히 유지해야함은 물론 독자적인 방공망을 구축해 나가야 하겠다.
돈이 들더라도 고성능 조기경보기를 서둘러 증강하고 요격체제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미국이 맡아야 한다. 그것은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미7함대를 보호해야할 필요성으로 보나,경제·기술적 능력으로 보나,그리고 한국·일본에대한 동맹의무로 보나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삭감된 예산을 내년에는 꼭 회복하여 당초의 계획대로 극동지역 방공시설이 차질없이 진척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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