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망국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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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독일을 멸망시킨 사람은 「줄리어스·시저」가 아니라 「루브나」다.』 덴마크의 의학자 「하인드히드」가 한 말이다. 「루브나」는 1930년대의 영양학자로 『고기(육류)는 고기가 된다』는 학설을 내놓아한때 세계 영양학의 정설이 되었다. 육식을 해야 튼튼한 체력과 체구를 가질수 있다는 주장이다. 바로 이 정설을 뒤엎은 학자가 「하인드히드」였다. 그는 「루브나」가 주장하는 육식양의 25%만을 섭취, 오히려 수명을 연장시킨 사례를 임상학적 조사에서 밝혀냈다.
똑같은 얘기는 고대로마의 고사에도 있다. 한때 지중해를 제패하고 세계를 혼들었던 로마제국의 저력은 로마인의 식탁에서 솟아났다는 영양학자들의 주장.
로마사람들이 식림속에서 호식을 즐겼다는 얘기일까.천만의 말씀이다. 그무렵 로마인들의「조식·채식·절식」이 오히려 카르타고와의 1백년전쟁을 지탱해주는 인내력과 기력이되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입증한 것은 그 역설이다. 대로마가 전승과 함께 황금시대를 누리면서 사람들은 그동안 굶주린 식욕을 육식과 과식으로 만족시켰다. 포식시대가 아니라 포만시대를 구가한 것이다.
젊은 병사들은그런 생활속에서날로 약체화하고,로마시민들도 활동하기보다 잠자기를 좋아했다.
채식과 소식으로 번영했던 로마인은 육식과 대식으로 멸망을 맞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도 보다못해『로마는 육식으로 멸한다』고 개탄했다. 먼 옛날 얘기가 아니라 바로 1970년대초 일본에서 「육식망국론」이 유행했던 일이 생각난다. 신문·텔리비전마다 특집을 다루었고,의학자들 중엔 그런 제목의 보서를 내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다.
육식을 즐기는 비만자는 보통사람보다 당뇨병 3·8배, 간경련 2·5배, 뇌졸증 1·5배의 발병율을 보여준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그무렵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1천9백달러 정도였던 사실은 홍미있다. 오늘의 우리나라 소득수준과 비슷하다.
바로 70년대말기 인플레시대,투기 횡행시대에 서울 강남에 호화불고기집,갈비집이 임입한 것도 우연만은아니다.우리사회 일각의 포식현상은70년대초 일본의 「육식망국론」을 문득연상하게 한다.
때마침 요즘 서울의 하루 평균 1천24마리분 쇠고기 소비량이 절반수준인 5백80마리로 격감했다는 정부당국의 통계를 보며 비로소 식곤에서 권순나는 기분이다. 우리는 이제 영문도 모르는 축연을그만 둘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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