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와 서까래」-김성동(소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상한 세상이다. 참으로 이상한 세상이다. 산마다 골마다 빈틈없이 박혀 있는것은 금박단청이 눈부신 사찰이요, 거리마다 골목마다 찻집의 숫자보다도 더 많이 널려 있는 것은 예배당인데, 밤낮없이 두드려대고 손뼉치고 음성 높이는 종소리·기도소리·염불소리·찬송가 소리는 귀청을 찢어지게 하는데, 웬일인지 사람들은 사는것이 죽는것만 못하고 세상이 지옥같다고 아우성을 친다.
매일이면 매일같이 방포소리 낭자하고 외치는 소리 하늘을 찌를 것 같아 거리에 나가면 눈물이 쏟아지고 집에 돌아오면 잠을 이룰수가 없다. 눈을 뜨면 매연과 공해와 각종 폭력에. 숨이 막히고 눈을 감으면 탤레비전이며 라디오의 스포츠 중계방송 소리에 고막이 터질것만 같다.
이상하게 창궐하는 종교와 스포츠의 열풍은 어디에서부터, 그리고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 나라는 가히 종교의 천국을 이루고 있는데 사람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나라는 가히 스포츠의 왕국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허약해져서 기계가 아니면 움직이지를 못한다 .곰곰 따져 보고 또 따져 봐서 그 원인을 밝혀 그 치유법을 찾아낼 일이다.
오늘의 이 굽고 비뚤어진 문화의 광풍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오늘의 우리의 삶이 고통스럽고 오늘의 우리의 삶이 피폐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민족의 온갖 악몽의 근원인 민족분단과 민족분단의 근원인 일제36년의 근저에는 「태프트-가쓰라조약」이 도사리고 있는게 아닌가. 시스터보이·논노·앙앙·세븐틴·맨스필드·로드쇼·통속소설·폭력만화·TV·엥까·가라오께·도색산업등 무차별로 덮쳐 오는 오늘의 이 「문화제국주의」의 물결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우리 모두 더불어 함께 살기위하여 더불어 함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정치가 아닌가. 대들보가 비뚤어졌는데 서까래가 바로 걸쳐질 이치가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일 터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