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현 "라울 형과 환상의 투톱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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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축구의 '희망'은 17세 이하 대표팀의 양동현(17.바야돌리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과 계약했던 양동현은 부산 4개국 청소년대회에서 주목에 값할 만큼 발군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전에서 두 골을 넣었고, 폴란드전에서도 날렵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슈팅으로 수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엮어냈다.

대표팀이 묵고 있는 해운대 웨스틴 조선 비치호텔에서 3일 양동현을 만났다. 신세대답지 않게 신중하고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라울 형과 함께 투톱으로 뛰고 싶어요"라며 당당한 소망을 숨기지 않았다.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진 육상선수였다. 단거리와 멀리뛰기를 했는데 4학년 때 소년체전 1백m에서 4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5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 꿈나무로 뽑혀 프랑스 유학을 갔다 왔는데.

"지난해 10월에 동북고 1학년을 중퇴하고 프랑스로 갔다. 거기서 내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정밀하게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받고 유럽 선수들과 부닥치면서 차츰 자신감을 얻었다."

-타국 생활이 힘들었을 텐데.

"말도 안통하는 상황에서 오전에 수업받고 오후 훈련을 하다 보니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함께 간 4명의 친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일요일마다 한인 교회에 나가서 위로와 힘을 얻었다."

-스페인으로 가게 된 계기는.

"연수를 했던 프랑스 메츠 구단에서 입단을 권유했지만 내가 스페인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다가 경쟁을 시키는 스페인 리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바야돌리드 19세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잇따라 골을 넣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세계 최고 리그인 스페인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열심히 노력해 내년에는 꼭 1부 리그로 올라가겠다.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는 것과 문전에서 골 결정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서 연습하고 있다. 골감각을 높이기 위한 특별 훈련을 하고 있는데 내용은 '비밀'이다."

양동현은 최근 '살인의 추억'을 재미있게 봤다는 영화광이고, 친구 만나고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10대 소년이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페인 리그를 향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경기 중에는 여학생 팬들의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여학생들이 접근하면 못 본 척할 겁니다. 그렇지만 무안하지는 않게 해야죠."

부산=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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