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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0년 전 피아노로 연주 … ‘타임머신’ 타는 두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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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손열음(左), 윤홍천(右)

꽤 알려진 피아니스트들이 데뷔를 다시 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9)·윤홍천(32)이다. 200~300년 전의 악기에 새로 도전한다. 손열음은 J. S. 바흐 시대의 악기인 하프시코드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다음 달 연주한다. 대관령 국제음악제 공연 중 하나다. 윤홍천은 모차르트 시대의 포르테피아노로 모차르트 실내악 작품을 올해 말 녹음할 예정이다.

 하프시코드·포르테피아노는 현대 피아노의 조상 격이다. 지금의 피아노는 19세기에야 완성됐다. 따라서 바흐(1685~1750)·모차르트(1756~91) 시대에는 각각 하프시코드·포르테피아노가 지배적이었다. 연주 방법은 현대 피아노와 사뭇 다르다. 보통은 옛 악기를 다루는 전문 연주자들이 따로 있다. 그래서 손열음은 이번 무대를 “하프시코드로 하는 세계 데뷔”라 부른다.

 젊지만 경력에서는 농익은 피아니스트들이다. 손열음은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 후 한 해 50여 회 세계 무대에 서며 다양한 곡을 연주한다. 윤홍천 또한 클리블랜드 콩쿠르 등에 입상하고 뮌헨 필하모닉,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새로운 악기 앞에서는 초보와 다를 바 없다. 하프시코드는 줄을 때리는 대신 뜯어서 소리를 낸다. 따라서 섬세하게, 쉽게 말해 ‘살살’ 다뤄야 한다. 손열음은 “대학 때 전공 수업으로 하프시코드를 공부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피아노와 달리 강약을 조절할 수 없고 오로지 소리의 타이밍으로만 변화를 주기 때문에 해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프시코드(左), 포르테피아노(右)

 포르테피아노 데뷔를 앞둔 윤홍천 역시 “건반의 폭이 좁고 눌렀을 때 깊이도 얕아서 익숙해지기가 만만치 않다”며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다 작은 프레임으로 바꾼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주할 포르테피아노는 건반 수가 적고 소리도 작다.

 과정은 어렵지만 매력이 있다. 작곡가가 들었던 소리를 그대로 듣는다는 점이다. 윤홍천은 “모차르트의 선율이 이해가 잘 되고, 그가 원했던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바흐의 작품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할 계획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피아노로 연주하자는 제안에 내가 ‘그 곡은 하프시코드로 연주하고 싶다’고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 연주자 카를 리히터가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1969년 음반을 듣고서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곡 중에 제일 좋아하는 음반”이라며 “그 영향으로 이 곡은 꼭 하프시코드로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모던’ 피아니스트들을 몇 백년 전으로 이끌었다. 윤홍천은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며 “옛 악기지만 새로운 악기인 포르테피아노를 계속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열음의 하프시코드 공연은 다음 달 24일 오후 5시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윤홍천은 모차르트 피아노·클라리넷·비올라 트리오,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12월 독일에서 녹음해 음반사 소니를 통해 발매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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