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이어 농수산시장 … 그린벨트 67% 하빈면, 공공시설 유치로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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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3일 대구시청 앞 광장은 북과 징소리로 뒤덮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갖가지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이들은 뙤약볕 아래서 “농산물도매시장을 대평리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나던 사람들이 “또 뭘 반대하는 모양이지”라고 한마디씩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대구시가 이전을 추진 중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유치하려는 시위였다. 집회 참가자는 달성군 하빈면 주민 150여 명. 농번기인데도 일손을 놓고 시위에 나섰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는 용역이 막바지에 이르러서다. 대구시는 2020년까지 도매시장을 옮기기로 하고 이달 말까지 후보지 네 곳 중 한 곳을 선정한다. 그 중 한 곳이 하빈면 대평리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전국의 농산물과 수산물이 모이는 곳이다. 식당 주인이나 농수산물 소매상이 이용한다. 대형 화물차의 운행이 많고 바람이 불면 먼지도 날린다. 시내에선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곳 주민들은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다.

3일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 주민들이 대구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달성군]

 하빈면은 북쪽으론 칠곡군, 서쪽으론 낙동강과 접하고 있다.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성서 5차 산업단지가 있고 지하철 2호선도 다닌다. 그러나 하빈면은 전형적인 농촌이다. 주산물이 참외·연근·토마토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전체 면적의 66.8%를 차지한다. 달성군 평균 44.5%보다 훨씬 높다. 서점태 면장은 “워낙 낙후된 지역이다 보니 농수산물도매시장이라도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엔 현재 화원읍에 있는 대구교도소를 유치했다. 주민 72%가 찬성에 서명을 했다. 교도소는 감문리 26만9857㎡에 들어선다. 올해 착공해 2018년 완공 예정이다. 2013년에는 대구시가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을 추진하자 이를 유치하려는 운동도 벌였다. 하빈면 곳곳에 동물원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도 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권광수(61·사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유치위원장은 “이번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에선 기피하는 시설인데.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사람과 차량이 북적거려야 활기가 생길 것 아니냐.”

 -지역 발전이 더딘 이유는.

 “그린벨트 때문이다. 쓸 만한 땅은 모두 묶여 있다. 그래서 그린벨트에 들어설 수 있는 공공시설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후보지인 대평리의 장점은.

 “경부고속도로 칠곡물류IC·왜관IC 등과 인접해 접근성이 좋다. 그린벨트 지역이라 땅값도 싸다. 이곳에 지으면 예상 사업비 3000억원 중 400억여원을 절감할 수 있다.”

 -땅값을 올리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있다.

 “하빈면은 대구시 구역인데도 시골이나 다름없다. 너무 침체돼 주민들이 나선 것이다.”

 -유치 가능성은.

 “우린 혐오시설인 교도소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였다. 대구시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잘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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