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4핵도시」일관성있게 추진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늘날의 서울 도시공간이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것이 아니란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있다. 어떤이는 풍수지리설과 연관시켜 5백년의 오랜 세월속에 오늘의 서울도시구조가 형성되었다고 하는가하면, 어떤이는 일제가 식민지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위해 4대문안에 이른바 「도회지」의 모습을 갖추어 모든 도시기능을 집중시켰다고 풀이하고있다.
어쨌든 도시가 성장해온 과정을 구분하면 몇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당초 조그만한 보잘것없는 「핵」을 중심으로 점차 방사형으로 발전되어 가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도로변을따라 「선」 형으로 축을 이루면서 도시가 커져가는 패턴이 있다. 핵과 핵사이를 선이 이어주면 도시는 그 규모가 급작스레 커지게된다.
서울의 도시구조는 첫번째의 유형인 「핵」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다고 볼수 있다.
때문에 중심부의 공간구조는 도시 어느곳에 비해 현대화(?) 되어 고층빌딩과 인파·자동차물결로 혼잡을 빚고있지만 변두리지역들은 생활편익시설을 갖춘 기능들이 전혀 없어 우리는 싫든좋든 4대문안을 들락날락하면서 새상 돌아가는 모습을 알아차려야 할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이 단일핵도시의 문제점은 바로 인구이동·산업구조·정보집산등의 패턴이 종래의 그것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단일핵도시는 이미 그 기능상 한계에 와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안고있는 도시기능의 질과 양이 도심부 한곳에 수용하기엔 그 규모가 비대해졌다는 점은 이미 집적이익의 불경제성을 가져오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설명되고있다.
이번 서울시가 외부에 용역을 주어 연구한 「2000년대의 서울도시공간구조개편구상」도 따지고 보면 그와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서울은 2000년대에 가서 4대문안에 도심핵이 있고 한강남쪽인 영등포·영동·잠실에 부핵을 갖추어 「4핵도시」로 그 구조를 개편하고 각 핵마다 13개의 부심을 두겠다는 구상이다.
따지고보면 도시구조개편구상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일찌기 1960년초 서울의 도시구조를 「무궁화」패턴으로 개편해서 중심부를 둘러싸고 여러개의 부도심을 두겠다고 발표된것이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구상에 그치고 구체화되지 못했다.
서울시는 그후 1970년이후 수차에 걸쳐 부도심육성을 전제한 도시구조개편연구률 계속해 온것으로 알고 있다. 그 첫시도가 1970년후반에 와서 「2000년대를 위한 서울시 장기도시개발계획」 을 수립한바 있는데, 이때에도 4대문안의 도심지를 비롯, 동쪽에 청량리, 서쪽에 신촌등 부도심을 두고 강남지역에 영등포· 영동· 잠실등 부도심을 두는 구상을 한바있다.
이른바 4핵도시니 3핵도시니해서 한때 논란을 거듭해 온것이 바로 그때부터 비롯되었다.
그러니 서울시의 공간구조개편구상은 줄곧 계속되었다고 보는것이 옳을 것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외부의 전문가를 활용, 도시기능분산을 전재로 한 도시구조의 개편을 연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경제의 시장원리에 의해 도심의 공간기능이 점진적으로 개편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의 행정상조치와 연구되고 있는 구상과의 엄청난 괴리가 어떻게 메워질 것인가가 우리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언뜻보기에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간경제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도심공간구조를 이번 연구를 통해 부분적으로 추인, 합리화시켜주면서 문서상으로 공개개발계획에 수용해 버리는 느낌이 없지나 않는지는 하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이번 발표된 도시구조개편을 실천에 옮기자면 시당국의 행정력이 뒤따라 주어야하는데 민간부분이 비대해 지고있는 오늘의 우리나라에서는 공익부문이 미치는 영향력이 미약해지는 경우가 없지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간구조개편은 도시기능의 연계적 분산이 이루어져야하는 기능배분을 적절히 유도해주기 위해서는 갖가지 정책수단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지역지구제의개편, 투자재원의 조달, 세제상의 혜택, 그리고 법적지원 및 규제등의 구체적으로 연구, 검토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거미줄같이 얽힌 현실을 완벽하게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4핵도시구상도 또하나의 「종이계획」으로 남아버리게 될 것이다.
서울시가 과거에보면 계획을 수립해놓고 얼마안되어 그것을 수정, 무효·백지화해버리는 것을 반복해 왔는데 이번 서울시의 도시계획이 그와같은 전철을 되풀이 하지않고 2000년에 가서 우리 모두가 살기좋은 도시를 가질수 있도록 「꿈」을 키워주길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