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의식을 집대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남관 창작50년의 예술세계가 5일부터 26일까지 중앙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50년간 미술의 숨결이 여기 게재하는 『이끼 낀 배광』처럼 멀고 깊은 공통의 숨결을 둘러싸는 회상작용으로 표상 되고 있다.
멀고 깊은 숨결이란 한 예술가가 자신을 둘러싸는 세계와 교류하면서 조화와 화해를 함께 한다는 근원적인 요구를 뜻하며, 공통의 숨결이란 여기서 보는 바처럼 감각에 호소하는 표상이, 먼 신라시대 금관의 양식처럼 혹은 그러한 양식을 유발시키는 의례와 리듬, 그리고 몸짓이 하나의 양식이 되어 공통의 반응을 일으키는 생명처럼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숨결은 지난날 의식의 모태로부터 충전 되어온 숨결의 연장인 것이며 그것은 생명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숨결은 늘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으며 하나의 균형 축을 중심으로 해서 좌우의 진동수가 일으키는 파장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탄생시킨다.
그리하여 이처럼 균형 잡힌 숨결의 파장은 미묘한 조응에 의해서 형식의 고차적인 상태가 요구하는 정숙을 구축하게 된다. 물질적인 현상계를 초월하려는 의례의 실현은 대부분 이러한 상호운동의 숨결을 통해서 나타나며 『이끼 낀 배광』 은 그것을 표상하고 있다.
여기는 인간과 세계가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 서로의 숨결을 교감하면서 하나의 균형 축을 구축하기 시작한 비의의 공간이며, 태고의 적막이 감도는 침묵을 느끼게 하는 건 밀의의 제식이 바로 침묵이자 비밀을 뜻하는 것이어서 그렇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는 교의의 미술이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 피웠고, 이러한 종교적인 언어와 빛과 생명인 삼위일체가 유럽미술의 근대전인 양식이었다면 20세기의 세계미술은 그러한 공교적인 양식에서 보다도 밀교적인 통효자들에 의해 발효를 보게 된다. 2차대전후의 파리는 이러한 통효자로서의 미술가들이 모여드는 마지막 미술의 서울이었으며 남관도 그의『이끼 낀 배광』을 업고 55년 여기에 등장한다.
그의 밀의의 제식은 66년 망통회화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며 「도리발」「 가스통·필」등 저명한 프랑스 비평가들이 남관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남관은 하나의 개성일 뿐 아니라 동양의 의식을 대표하는 새로운 표지로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이러한 남관의 원숙미를 집대성한 매우 귀중한 기획전이며, 그의 예술과 더불어 한국현대미술의 한 이정표를 현재에서 수렴하는 기념적인 계기라고 생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