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문에…불안한 학부모, 학생 체온 측정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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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8시30분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정문.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서둘러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웃고 떠들며 등교하던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얼굴엔 생기가 사라지고 근심 어린 눈빛이 가득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하나 같이 메르스에 대한 이야기만 오고 갔다.

학교 앞에는 학부모와 교사 등 30여 명이 나와 있었다. 손에는 안전한 등굣길을 위한 깃발 대신 체온기가 들려 있었다. 학부모들은 등교하는 학생을 붙잡고 일일이 체온을 측정했다. 학교 측은 미열이 있는 학생 12명을 발견해 학년과 반을 파악한 뒤 건강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기로 했다. 이 학교 교감은 “천안에서 메리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등교시간에 체온을 측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에서는 메르스 의심 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마다 비상이 걸렸다. 4일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해 도내 학교 82곳이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전날 29곳에서 하루 만에 53곳이 늘었다. 천안 42곳, 아산 13곳, 보령 17곳, 논산·계룡 7곳, 금산 2곳, 홍성 1곳 등이다.

정상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의 휴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휴업 조치를 해달라며 항의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며 “민원 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11살 된 자녀를 둔 김모(39·여)씨는 “같은 지역인데 어떤 곳은 휴업하고 다른 곳은 정상수업을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교육청이나 학교 측이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휴업하지 않은 학교에서는 결석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천안 A학교의 경우 재학생 1400여 명 중 20명이 결석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5명 정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이날 천안·아산 지역에서는 학생 480명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천안 51곳 215명, 아산 39곳 265명 등이다. 학교가 결석 현황을 상위 기관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충남 전체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는 가정체험학습 인원까지 감안하면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각종 이유를 들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는 지자체와 학교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 지역 초·중·고교 17곳이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충남도는 지난 3일 천안 쌍정초등학교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심 속 학교 논 만들기’ 행사를 취소했다. 천안시와 아산시도 4~6일 예정된 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 우렁이 방사, 현충일 추념행사, 아산 둔포 가족사랑 걷기대회, 민방위 교육 등 14개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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