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의 한국예술」 심포지엄|21세기엔 예술도 전자·컴퓨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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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1세기의 사회는 「탈공업사회」 「기술·정보화 사회」 란 말로 설명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도국도 21세기의 변모에 적응하려는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바쁘게 걸어온 한국사회에서도 이제 16년밖에 남지 않은 서기 2000년의 전망에 대한 각계의 진단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평론가협회 (회장 유신)는3∼4일 『2000년을 지향하는 한국예술』 심포지엄을 열고 문학· 미술· 연극·영화·음악· 무용 등 한국예술 전반을 재점검해 보았다.
참석자 거의 모두가 전자·컴퓨터기술이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제발표의 요지.

<문학>
김양수씨 (문학평론가협회 부회장)= 「200년을 향한 한국문학」하면 얼른 「A·지그프리드」의『20세기 문명의 제 양상』 을 연상하게 된다. 그는 기계운명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인간보다 규칙적인 인간을 요구하며 지적인 인간은 기계에 사역된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시인보다는 계리사가 더 지식인이고, 계리사 보다는 계산기가 더욱 귀중해 진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문학은 영원성에의 지향보다 요약과 스케치가 더 존중된다.

<미술>
유준상씨 (미술평론가)=미술은 역사를 초월하기도 하며 동시에 역사에 참가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미술의 체험은 그 자체로도 역할이 있지만 과거의 체험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체험을 통한, 또는 체험을 초월하는 예술가의 개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예술가의 작품은 하나의 사회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경우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종이는 죽었다』 고 말한다. 시각문화의 행동선언이다. 시각문화는 잔치나 굿 같은 비정형의 의식을 통해 다시 미술의 문제를 환기한다. 바로 귀납적 패턴이다.

<연극>
양혜숙씨 (이대교수) 서기 2000년은 멀지 않다. 사람의 생각과 생활은 많이 바뀌겠으나 자연인으로서의 사람의 모습이나 산천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무엇이 바뀔까. 우선 우리생활에 강도 있게 영향을 줄 요인으로 비디오아트를 꼽을 수 있고 제3세계 문화의 유입을 들 수 있다. 이런 요소는 곧 한국무대예술의 예술적 본질을 다시 규명하게 할 것이다. 아마 마당극과 사회비판, 풍자적 마당극이 주류를 이루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의 항존하는 부분은 전자기술과 광학의 다양한 접촉을 경험한 뒤 다시 낭만과 품위를 갈망하게 될 것이다.

<영화>
김종원씨 (영화평론가) =컴퓨터기술은 영화촬영 기술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스카이캠은 공중에서 시속 27마일의 속도로 날며 수평 수직촬영이 가능한데 바로 컴퓨터의 원격조종장치가 이를 맡고 있다. 또 주목거리는 70mm 대형화면의 3배에 해당하는 IMAX영화의 등장. 현재 미국 등 9개국에 설치돼 있는데 우리도 내년에 갖출 예정.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독립 프러덕션의 영화제작, 영화 표현영역의 대폭 확대 등이 기대되지 않을까. 영화는 죽지 않고 TV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0년의 한국영화는 작품수준은 향상될 것이나 이 같은 기술의 혁신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전망이다.

<무용>
안제승씨 (경희대교수) =「2000년의 한국무용」을 논하기 전에 우선 오늘의 한국무용을 살펴보자.
대학무용은 체육의 울타리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 1천여 명의 무용학사가 배출되지만 활동영역은 고작 20∼30명의 직업 무용단밖에 없다. 교사로 나가도 무용교사 아닌 체육교사가 된다.
「가치에의 동경」 은 관념에 불과하고 이 관념세계와 현실세계의 틈은 메워지지 않는다. 무심에 불타는 젊은이들이 있긴 있으나 10년 안에 어떤 획기적 변화가 오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예도에의 집념이 살아있는 한 좌절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말로 미래를 개척하는 길밖에 딴 도리가 없다.

<음악>
원용숙씨 (숙대교수) =우선 공학과 수학을 전공한 작곡가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이미「제너키스」 「불레즈」「배비트」 등은 음악의 아이디어를 컴퓨터를 동원, 수리적·논리적으로 전개하고있다. 또 전자음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프랑스처럼 음향연구센터를 세워 볼만하다.
오키스트러의 질적 수준으로 그 나라의 문화척도를 잰다는데 이때쯤이면 KBS의 경우 세계수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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