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감지 스스로 치료하는 약 개발|미서 새로운 투약방법 연구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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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체내에서 혈액성분을 분석, 자동으로 분비 조절되거나 반창고 식으로 피부에 붙여두면 약효가 나오는 새로운 약품과 투약 방법의 연구가 미국에서 활발하다. MIT의 「로버트·랑거」 박사, 케이스웨스턴대의「제임즈·앤더슨」박사, 유타대의 김성완 박사 등 학자를 비롯해 알자사, 3M사, 파이저사, 스미드-클라인사 등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방식의 약제개발에 제각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어떤 약들이 개발되고 있는지 유타대 생체의학 연구소의 김성완박사 (45 .약학)를 그의 연구실로 찾아보았다.
종래의 약들은 일정시간, 예를 들면 식후나 또는 3∼4시간마다 일정간격으로 투약해야 하는데서 번거로움이 따랐다.
또 투약직후 혈중 농도가 급격히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산곡 현상으로 농도의 기복이 심해 피크 때에 독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약제에 따라서는 내복할 경우 소화가 돼 버려 약효가 약화돼 많은 양을 투여해야만 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투약 관리 시스팀은 약제를 피부를 통해 혈관에 스며들게 하거나 피부 속에 넣어 혈당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방법 등이 주류를 이루고있다.
김 박사 팀은 2년 전부터 혈중농도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약이 스며 나오게 하는 자가조절 인슐린 투약 시스팀 (SRIDS) 연구에 착수, 최근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이 시스팀은 2∼3년 안에 임상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같은 연구팀의 정서영 박사는 전망했다.
이 방식은 인슐린과 인슐린 유도체의 치환작용에 의해 종래의 기계의 힘이 아닌 생화학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도록 하는 것으로 김 박사 팀은 지난 10월1일 췌장을 떼 낸 5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복막에 이식했는데 10월20일 현재 1마리는 죽고 다른 4마리는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김 박사는 이 장치는 3개월에 한번씩만 인슐린을 보충해주면 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히고 .현재 인체적용을 위한 최적화 조건을 계속 추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정신착란이나 간질·과지질증 등의 예방과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다는 김 박사의 설명이다. 즉 엔돌핀이 줄어드는 등 발작의 징후가 체내에서 나타나면 약이 자동으로 스며 나와 발작을 예방하며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는 LDL (저 농도 리포 단백) 만을 걸러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피부에 반창고 식으로 부착하는 약제들도 이미 상품화 됐거나 연구 중에 있다.
이것은 첩포제에 들어있는 약제가 반투막을 통해 스며 나와 혈관에 직접 도달하는 것으로 멀미약·협심증 치료제 등은 이미 시판 중에 있다.
시바가이에 사에서 내놓은「트란스덤-스코프」라는 멀미약은 첩포제를 귀 뒤에 붙여주면 3일간 약효가 지속되는데 어지러움이나 환각, 가슴이 뛰는 등의 종래의 부작용도 없다는 것. 이미 우주비행사나 장기 항해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트란스딤-니트로 5」라는 협심증약도 가슴에 한 장만 붙이면 종래 하루 4알씩 먹어야 하는 불편을 없애준다. 또 어지러움이나 구토증 등의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혈중농도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알자사에서 개발한 피임제는 자궁 안에서 프로게스테론을 서서히 방출, 피임이 되도록 하는 장치로 유효기간은 1년 정도.
이밖에도 성장 호르몬이나 항암제·인터페론. 혈압 조절제나 특정 백신 등을 피부에 부착하거나 피부 속에 이식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내복약의 경우도 약효 지속시간을 늘리기 위해 고분자 물질로 된 캡슐 안에 약을 농축시켜 넣은 후 약은 체내를 통과하는 사이 서서히 나오고 캡슐은 대변으로 빠지게 해 종래 하루3∼4회 복용하던 것을 하루에 한번씩만 복용하도록 하는 서방성 의약품 개발도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3M사의 약품개발 책임자인 「유진·리안」 박사는 피부부작용 약제 등 새로운 약품개발은 부작용이 적고 환자에게 편리하며 약효도 우수하므로 앞으로 약품의 제조·사용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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